<데스크칼럼> 여론의 무게
<데스크칼럼> 여론의 무게
  • 승인 2017.11.28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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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청 (부국장)


겨울이 됐다. 도심의 가로수들이 부스스한 갈기로 마구 헝클어지고, 찌부둥한 잿빛 하늘도 무거운 얼굴로 포도(鋪道)에 내려앉는다. 미세먼지가 또 ‘나쁨’ 수준인가보다.

지난번 포항에 지진이 닥친 이후부터 갑자기 수능이 한 주 연기됐고, 불가항력을 잘 넘기려는 정부의 ‘수능 연기 방침’에 잠시 여론이 들끓었었다. 한 지역의 지진 때문에 대한민국의 모든 수험생들이 볼모가 됐다는 여론에서부터, 천재지변에는 ‘학사일정 연기’라는 정책이 당연하다는 지지여론이 동시에 들끓었다.

다행히 일주일 연기한 올해 수능은 무사히 치러졌고 이 또한 과거의 일이 되었다. 곳곳에서 솟아오르던 일부의 불만들을 청와대와 정부가 적절히 이해시켜 잘 대응했다는 후문도 나온다.

여론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고차방정식 같은 것은 정해져 있지는 않다. 그러나 대개 여론에 능란하게 대응할 경우 다가올 큰 비난을 무사히 비껴가는 경우를 왕왕 보게된다. 그래서 여론이라는 것은 무척 무겁게 다뤄야 하는 것이다.

얼마 전 진행됐던 원전공론화 과정 역시 여전히 ‘공론화 작업 자체가 책임회피의 만병통치약이 됐다’는 일부의 비난이 남았음에도 ‘문재인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대표적 불통 정책’이라는 혹을 떼는 큰 역할을 했다.

그러니 여론이 미소를 던져주는 곳이 성공한 정책을 편 곳이고, 그래서 여론을 잘 살펴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되는 것이다.

아다시피 여론은 그렇지않건만 전 국민의 동의와, 충분한 토론과 정교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한 방대한 작업을 모두 생략하고 서둘러 일방적으로 선언해 버리는 정책은 언제나 불쾌함을 안겨준다. 그 상쾌하지 않은 사례가 최근에 또 한 번 나왔다.

사사건건 부딪히던 여야가 오랜만에 한데 뭉쳐 보란듯이 의원 보좌직원을 증원하자는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 24일 본회의에서 무사히 통과시켰다. ‘인턴의 대량해고’를 막자는 취지였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즐겁지 않다.

시급히 처리해야 할 각종 민생법안들은 온갖 세월이 흘러도 그자리에서 맴돌도록만 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건만 야당의 ‘오케이’사인에 단박에 결과를 도출해 낸 속전속결의 국회보좌관 증원에 여론이 험상궂은 얼굴로 돌아앉았다.

의원이 채용할 수 있는 정규직 보좌직원이 1명 늘긴 했지만 제 잇속만 챙기는 일은 일사천리로 합의하는 이런 광경을 여론은 ‘눈꼴시다’고 했다. 욕을 얻어먹어도 좋다, 잇속만 챙긴다면... 이런 일은 얼마나 여론을 가볍게 여기는 것인가.

바로 직전에도 청와대가 고위 공직자 임용 기준을 강화했을 때 여론이 또 한번 허리를 비틀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기존 5대 인사 원칙인 병역기피, 세금 탈루, 불법적 재산 증식, 위장전입, 연구 부정행위 불가에다 음주운전과 성 관련 범죄까지 추가한 7대 원칙이 그것이다.

마침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국회의 동의를 얻지못한 상황에서 임명해 조각이 막 완료된 직후였다. ‘홍탐대실’이란 말이 나왔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얻었지만 여론이라는 더 큰 것은 잃었다는 것이다.

새로운 인사 기준 적용 대상은 청문직 후보자뿐 아니라 장차관 등 정무직과 1급 공직 후보자까지 해당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공공기관장 교체를 앞둔 시점이라 더욱 골치가 아파질 것 같다.

공공기관 경영 공시 시스템 ‘알리오’에 올라 있는 330여곳의 공공기관 중 현재 기관장이 공석인 곳은 60여곳이다. 임기가 만료됐거나 곧 만료 예정인 곳까지 합하면 120곳이 넘는다.

정치권 연줄이 득세를 누리는 현 정권의 인사기풍에서 7대 비리 기준 원칙이 지켜질 수 있을까.

지난 조각 과정에서 5대 비리 기준으로 조차 장관감을 구하는데 꿰메고 틀어막기 식으로 겨우겨우 버텨냈는데, 7대 비리 원칙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말들이 일순간에 터져나왔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권은 문정부의 인사정책이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이 상황에서 청와대의 새로운 공직자 검증 기준이라는 것이 얼마나 강한 설득력의 날개를 달고 여론이라는 벽을 넘을 수 있을것인지는 미지수다.

정치성향이 비슷한 인사만을 궂이 기용하려 한 조각 과정에서 국민들은 여론을 잘 지켜봐 왔다.

문재인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도 그랬다.

다주택자의 설 땅을 없앤 8.2부동산대책과 복지예산 증액 및 SOC예산 삭감, 국정원 특수활동비로 대변되는 검찰 사법부 개혁과정 역시 여전한 논란거리로 여론의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는 와중이다.

전 국민의 동의와, 충분한 토론과, 정교한 시뮬레이션. 이런 작업들이 생략된 채 일방적으로 서두르는 정책은 거의 여론의 등을 지게 마련이다. 거기에 사용자 편의 위주의 제 잇속 챙기기 까지 가미된다면...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으니 그래도 희망은 있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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