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찬란한 가을/눈부시게 화려한 가을/하지만 그 모두는 종착역
생동의 마침을 예고 받고/본래의 생명력을 잃으며
본색을 몽땅 말살해 가는/사형선고의 통보이리라
그나마 튼실했던 근육질/탄력 있던 피부의 노화
무디어가는 관절들의 아우성/여기에 반추해 보는 내 인생 가을
오! 아름답기만 한 가을인가/오금이 저리도록 서러운 가을인가
영혼의 가을은 기억하지 말자/그저 아름답기만 한 가을
너무나 아름다운 잎들의 절규를/서러운 가을이라 노래해 보자.
◇황춘자=경북 포항시 북구 기계면
한국시민문학협회 상임고문
시집 사모곡(思慕曲), 쌍리마을 매화향기
<해설> 서러운 가을은 80을 바라보는 노시인의 절규 같은 시다. 이 시를 읽는 순간 독자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삶의 허무를 느끼게 될 것이다. 세상에는 멋진 시들이 많다. 유명한 교수가 시 해설을 달고, 유명한 시인이 기교를 부리면 그 시는 살아 움직이는 시가 되어 세상 밖으로 활개를 치며 다닌다. 필자가 황혼을 바라 보는 노시인의 서정시 한 편을 추천하는 이유는 시의 형식을 떠나 반성과 교훈이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잘난 사람들이 많다. 누구나 살기 위해 기교를 부리고 비겁해지지만 결국 삶은 고뇌고 투쟁이고 허무다. 내일을 모르고 살아가는 인간 세계에 경종 같은 시가 아닐까 싶다.
-이재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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