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나뭇잎 흔들릴 때
귀 기울여 보았나
바람이 전하는 말
들어 보았나
아내는
후 입김을 불며
지금은,
바람도 울고
나무도 울고 있단다
천년을 부는 바람처럼
우리들 삶은 한 순간 스쳐 가는 것
사랑과 미움도
울고 웃는 모습마저도
바람에
나뭇잎이 파르르 흔들릴 때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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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도 출생.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집「세월의 강」「천년을 부는 바람」외 작품집「내 앞에 열린 아침」등이 있음.
바람의 형상과 생명력은 매우 다채롭다. 봄나절에 피어난 꽃들의 속살을 간질이는 섬세함에서부터 여름날의 무더움을 식혀주는 헌식적인 몸짓이며, 가을날 마른 잎새를 이끌고 사라지는 매정한 뒷모습 하며, 겨울밤 창밖에 와서 밤새 헐벗은 목소리로 창문을 흔드는 바람 등이 어느 것 하나 사람의 연민과 정을 지니지 않은 것이 없다.
사랑과 미움은 물론 우리들의 삶까지도 `천년을 부는 바람처럼’ 그 정체나 존재가 한낱 허무의 실체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처럼.
이일기(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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