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과 밝음 사이에서
어둠과 밝음 사이에서
  • 승인 2018.01.0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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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용(대구시의사회 부회장, 부강외과 원장)


2018년 새해가 밝았다. 새날로 바뀌고 새해가 되어도 과거의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지금껏 우리가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나라의 현재는 문제의 올바른 접근보다는 빠른 해결만을 보채는 것 같다.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것은 정신적인 면에 있어서 어쩌면 건강한 것일지도 모른다. 빠른 해결은 빠른 망각으로 이어져 복잡하고 골치 아픈 문제를 회피하고 기억 저편으로 문제들을 돌려버릴 수 있어서 현재를 편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가 건강해지려면 빠른 해결이 아니라 올바른 해결이 필요하다. 속죄양 찾기에 전 국민의 시각을 돌려놓고 그 책임자만 처벌하는데 관심을 보이다가 언론과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연쇄 사망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은 이번 주에 신생아 중환자실 진료 및 감염·위생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신생아들의 사망원인을 찾아내어 잘못이 있는 곳에 단죄하는 것은 당연하고, 기준을 지키지 못하는 병원은 당연히 퇴출되어야 함은 마땅하다.

그런데 이 사건에 어떠한 모순이 숨어있는지는 아무도 이야기하고 있지 않는 상황을 보면서, 정말 정부나 국민들이 알고 싶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너무나 복잡한 문제가 걸려있어서 알기 싫어서 인지를 모르겠다.

우선 사건이 터지자 정부는 괘씸죄를 물 듯 이대목동병원의 상급병원지정을 취소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신생아 중환자실이나 중증외상센터, 중환자실은 운영할수록 적자이다. 그런데 적자라고 하면 일반인들은 말만 그럴 뿐 절대 적자가 아니니 운영을 하겠지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 이면에는 적자가 나더라도 운영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고,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상급종합병원지정이다.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면 인센티브가 주어지기 때문에 중환자실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곳에서 수익보전을 할 수 있고 중환자실만 키우지 않으면 병원 전체로는 흑자가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중증환자 치료에 수액세트는 필수적인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책정한 금액은 ‘0원’이다. 매 번 링겔마다 다른 수액세트를 써도 세트 값을 청구하면 부당 허위청구가 된다. 메르스 같은 중증 감염환자 치료를 위해 격리병동과 음압치료실 등을 사용하면 감염관리료가 하루에 500원이다. 그리고 8명이 비싼 수술실 장비를 써가며 장이 터진 복막염을 수술하는 비용이 23만원이고, 인당으로 나누면 한 사람당 2만 원 정도의 수당인데 몇 시간 수술하고 받는 금액이 청소비용보다 낮은 금액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의사는 절대 없을 것이다. 더구나 6년 만에 여론에 떠밀려 석해균 선장의 진료비를 주는 정부의 무책임함은 이미 그 도를 넘었다.

이국종 교수가 그렇게 적자라고 외쳤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고, 병원 측에서 중환자실에 투자나 지원을 바라는 것이 이상할 정도이다. 적어도 외과계 의사들이 바라는 정상적인 수가는 중환자실 그 자체로 운영이 가능하도록 수가를 정상화시켜달라는 것이다.

이렇게 의료인들을 쥐어짠 결과로 정부는 건강보험이 누적 20조원의 건강보험재정 흑자를 기록했다고 선전하고, 시민단체들은 돈이 남아도니까 보험료를 동결하고 보장을 더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자괴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다시 태어나 의사를 한다면 절대 외과, 산부인과는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현직 의사들의 마음인데 이제 의사의 길에 들어선 후배들이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가슴이 아픈 것은 지원이 적어서 밤에 환자들을 지킬 의사들이 없다는 현실이 이미 지역을 넘어 대도시인 대구까지 벌어지고 있고, 그 책임은 사회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의사들의 도덕성이라 지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문케어라 일컬어지는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정책은 마치 의료비 걱정이 없는 나라에서 살게 해줄 것처럼 공언하지만, 세부적 지침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포퓰리즘적 발상이며 그 추진에 있어서 얼마나 많은 피해를 의료인들이 감당해야 할는지 가늠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만약 재원조달의 의지만 있다면 우선 왜곡된 의료수가를 정상화시켜야하고,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하여 OECD의 최하위라는 오명을 벗어야하며, 힘들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의료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현실적 도움을 주어야 하는 것이 선후로 따지자면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공공의료기관을 짓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지금의 병, 의원에 지급하는 수가로는 적자가 나기 때문이라는 것이 말이 되는 것인가.

이대목동병원의 신생아실 문제가 보이지 않는 위험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을 아직 깨닫지 못하는 정부와 국민들의 자세로는 의료의 미래는 절대 담보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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