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성을 넘어서 온몸에 검버섯 핀 몇 개 남은 바나나
냉장고에 들어가지 못해
늙어서 쪼글거리는 사과 몇 알
용케도 버티어준 내 젊음을
같이 썰어, 건조기에 넣었다
그들은 밤새도록 납작 엎드려
물기가 다 마를 때까지 숨죽이며
제 향기 풀어 바람에 날리기 시작했다
다시는 나비가
닿을 수 없는 곳까지
말라간다는 건
이 세상 모든 결핍과 적막을 사랑해야하는
또 다른 시작이다
◇김성희 = 대구출생
<낙동강문학> 및 <시에디카> 신인상
<해설> 갱년기를 쓴 시인의 시적 발상이 신선하다말라 비틀어진 과일 몇 조각과 아직 타고 있을 자신의 절음을 함께 썰어 건조기에 넣는 작가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세상의 모든 결핍과 적막을 또 다른 시작으로 본 표현방식에 박수를 보낸다. -이재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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