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올랐는데…월급 줄거나 그대로
최저임금 올랐는데…월급 줄거나 그대로
  • 정은빈
  • 승인 2018.01.2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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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울리는 꼼수 만연
지급하던 복리후생비 없애고
휴일·야간근로 등 시간 단축
아파트 경비원 휴식 늘리거나
교대로 일찍퇴근 편법 동원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상당수 업체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등 각종 ‘꼼수’를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상당수 근로자는 “최저임금은 올랐는데 내 월급은 오히려 줄었다”고 호소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전년(6천470원) 대비 16.4% 오른 7천530원으로, 지난 1일부터 1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에 일제 적용됐다.

◇근로시간 축소·복리후생비 미지급 등으로 인건비 줄인 업체

올해 들어 바뀐 최저임금이 적용되면서 상당수 업체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직원들의 근로시간을 줄였다. 야간·휴일근로 금지 지침을 내리거나 기존 지급하던 식대·교통비 등 복리후생비를 제공하지 않는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결혼을 앞두고 수입을 늘리기 위해 지난해까지 1주일에 최대 4일 야근을 하던 직장인 정모(29·경북 구미시 공단동)씨는 올해 초 상사로부터 “가능하면 야근을 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회사로부터 사원들의 야간·휴일근로 시간을 줄이라는 지침이 내려온 것이다.

정씨는 “임금 자체는 올랐지만 추가 수당이 줄다 보니 타격이 꽤 크다”며 “불만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평사원들은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식품조리·판매업소 직원 조모(여·22·대구 달서구 두류동)씨의 경우 지난 1일부터 퇴근 시간이 30분 앞당겨졌다. 지난해까지는 오후 11시 30분에 가게 문을 닫았지만, 올해부터는 오후 11시에 폐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퇴근 시간이 당겨짐과 동시에 조씨의 근로시간은 30분 줄었고, 추가로 지급되던 1일 1만 원 상당의 교통비도 사라졌다.

같은 업소 직원 한모(여·43·달서구 성당동)씨도 지난해 12월부터 기존 오후 2시였던 퇴근 시간이 낮 12시로 당겨지면서 근로시간이 2시간 줄어든 동시에 식대를 받지 못하게 됐다.

◇최저임금 올랐지만 월급은 줄거나 그대로… 편법에 울상 짓는 아파트 경비원들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올랐지만 대구지역 아파트 경비원들의 임금은 그대로거나 오히려 줄어들었다. 아파트 관리업체에서 휴식시간을 늘리는 등의 편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대구 수성구·달서구 등의 일부 아파트단지에서는 최근 경비원들의 임금을 동결했다. 출·퇴근 시간 역시 종전과 같이하고, 대신 중간의 휴식시간을 늘려 근무시간을 전보다 줄였다. 하지만 경비원들은 휴식시간에 어차피 제대로 쉴 수 없어 임금을 올리지 않으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 북구의 한 아파트는 휴식시간을 늘리고 교대로 일찍 퇴근시키는 방법을 통해 경비원들의 임금을 줄였다. 기존에는 3명의 경비원이 24시간 맞교대로 근무했지만, 올해부터 3명 중 1명은 12시간을 근무하면 퇴근하도록 해 남은 12시간을 2명이 근무하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경비원들의 업무 부담이 훨씬 더 가중됐다.

경비원 정모(64)씨는 “월급이 오르기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줄어들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결정이라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상승에 대한 대비책으로 ‘일자리 안정자금’을 내놨다. 사업자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고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노동자 1명당 최대 13만 원의 금액을 지원해 주기로 한 것이다. 이 자금을 받기 위해서는 고용보험에 가입이 된 상태여야 하며, 노동자의 월급이 190만 원을 넘으면 안 된다. 이와 관련, 일자리 안정자금을 받기 위해 편법을 쓰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경비원의 휴식시간을 늘리거나 교대로 퇴근 시간을 앞당기는 등의 방법으로 월급을 동결하거나 줄여 190만 원이 넘지 않도록 맞추고 있다.

경비원 이모(65)씨는 “처음에 최저임금을 많이 올린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현장에서는 이런 방법을 쓸 거라고 예상했다”며 “정부에서 어떤 정책을 쓰든 사업하는 사람들은 피할 방법을 다 만든다. 이번에도 결국 우리 경비원들만 손해 본 거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정은빈·장성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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