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 12줄에 걸린
겹겹 물살이 보름달을 민다
초원을 오래 달려온 말발굽이
멈추어 선 안압지
파르르 물의 허벅지 근육이 떨린다
달 때문에 들락거리며
귀인을 기다린 지 천 년
멈추어 선 말의 그림자
주인은 내리지도 않았는데
경배의 두 손 들어 올리듯
연꽃이 핀다
주르르 흘린 정담처럼
푸른 물에 빠졌던 달이 솟구치며
평평하던 물살을 튕긴다
※ 안압지 : 경주 월지(月池)와 임해전(臨海殿)
◇오상직 = 경북의성 출생
아시아문예 등단·형상시문학 이사로 활동
공저 <허공을 얻다> 외 다수
<해설> 안압지에 빠진 보름달을 미는 가야금의 청아한 소리가 심금을 울린다. 비운을 품은 역사는 역사로 기록될 뿐 거기에 남은 것이란 과거의 현재가 존재할 뿐이다. 과거의 오늘이 말 그림자처럼 현재를 조명하며 천년의 세월이 연꽃으로 피어나고 푸른 물속의 달이 과거의 슬픈 비애를 파문 지게 한다. -제왕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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