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의 편지
이등병의 편지
  • 승인 2018.02.2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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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윤 시인
김임구, 필자의 외아들이다. 이제 만 21살로 2018년 2월 26일자로 논산훈련소 입소를 앞두고 있다. 여느 아버지처럼 대범하지 못한 탓에 밥을 먹다가도 아들을 보낼 생각에 울컥해서 목이 매여서 담배를 한 개비 물고 자리에서 일어나곤 한다. 물론 아내는 그런 필자를 보며 끽연가의 못난 의지를 나무라는 걸 잊지 않는다. 아직도 솜털이 얼굴에 남은 앳된 아들이 완전군장으로 흙먼지 날리는 연병장을 도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왜 안 그렇겠는가. 세상 어느 부모 중에 아들이 대한민국의 부름을 받았으니 조국을 지키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인정하는 이가 몇이나 되겠는가 말이다. 그러니 병역비리다 뭐다 불거져 나오는 것은 지극히 있을 수 있는 있는 부정이다. 이를 비호할 생각은 없다. 다만 말이 그렇다는 소리다. 그러니 이리도 대단하고 숭고한 결심과 이를 떠나보내는 부모의 비장한 가치를 허무는 병역비리는 근절되어야 마땅하다. 멀쩡한 이를 뽑고, 장기를 손상시키고 무릎뼈에 위해(危害)를 가해 진단서를 끊는 수법으로 고위 공직자의 자녀들과 유명인들이 병역을 회피하는 행위. 이는 범죄가 맞다.



집 떠나와 열차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 밖을 나설 때/가슴 속에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풀 한포기 친구 얼굴 모든 것이 새롭다//친구들아 군대 가면 편지 꼭 해다오/그대들과 즐거웠던 날들을 잊지 않게/열차시간 다가올 때 두 손잡던 뜨거움/기적소리 멀어지면 작아지는 모습들//짧게 잘린 내 머리가 처음에는 우습다가/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굳어진다. 마음까지/뒷동산에 올라서면 우리 마을 보일는지/나팔소리 고요하게 밤하늘에 퍼지면/이등병의 편지 한 장 고이 접어 보내오./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이등병의 편지 전문」 이 노래는 각종 의혹을 남기고 고인(故人)이 된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라는 곡이다.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예전의 향수와 함께 가사를 곱씹어보게 된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후렴구로 반복되는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다. 부모님과 친구들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받아들이기 힘든 군인의 모습으로 굳어지는 화자가 친구들에게 편지를 부탁하는 편지를 쓴다는 이 단순하고도 자연스러운 사연이 생뚱맞게 젊은 날의 꿈으로 연결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억지에 가깝다. 젊은 날의 꿈을 잠시 접고 병영생활을 해야 한다면 모를까. 직업군인이 아닌 다음에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여건도 안 되는데 말이다.



병역(兵役)은 군대의 병원(兵員)을 획득하여 소요 병력을 유지하고 전시의 급격한 증원을 보장하기 위한, 병사의 징집과 소집, 병역의 구분, 복무, 병역연한 등에 관한 제도로 자유병역제도와 강제병역제도로 나눈다. 흔히 자유병역제도는 용병을 일컫는 제도로 이는 애국심이 결여된다는 단점도 있고, 한반도의 정세를 보았을 때 경비절감과 기타 여하한 이유로 우리나라는 강제병역제도를 따르고 있다. 한마디로 병역은 의무제도이다. 신체 건장한 젊은이라면 당연히 가야한다. 대한민국의 아들이 되는 순간이다. 당연히 자랑스러워야 하는데, 그리 마음먹기가 쉽지 않은 것은 그동안 미제사건에 가까운 사건사고에 대처하는 당국의 모습들에 대한 신뢰가 크지 않은 탓이다. 군대의 특성상 보안을 이유로 가려진 여러 가지 문제들이 실제로는 사회적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군법에 의해 은폐조작이 용이했던 점도 마음이 편하지 않은 이유가 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요즘은 온라인을 통해서 훈련받는 모습이나 사병들의 모습을 사진 등을 통해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사이에 사병들의 대우는 개선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는 국민들의 인식이 개선된 것도 있고, 군부통치의 막이 걷히면서 부당해도 참는 군대가 아니라 잘못된 것은 바로 잡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등병은 사병 중에서도 가장 계급이 낮다. 우스갯소리로 병장은 장성, 즉 별이라고 빗댈 만큼 제대할 쯤 되면 몸과 마음이 편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상하 수직적 구조가 명백한 조직 사회다 보니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입대를 하게 되면 가장 대화를 많이 하는 축은 이등병과 병장이다. 민간인에서 갓 군인이 된 이등병과 이제 민간인으로 곧 제대할 병장은 서로에게 두려움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의 군 생활이 두려운 이등병, 그리고 변화된 사회에 적응이 두려운 병장은 그래서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는 묵시적인 관계를 맺게 된다. 이제 다시 시작할 젊은 날의 꿈은 이렇게 영글어가고 대한민국을 지키고 발전시켜가는 밑거름이 된다. 전국에 복무중인 이등병들에게 부디 아프지 말고 부디 대한민국의 아들임을 잊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논산훈련소 ‘훈련병 김임구’에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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