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결혼이주 여성의 코리안 드림
어느 결혼이주 여성의 코리안 드림
  • 승인 2018.01.2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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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리스토리 결혼정보 대표
국제결혼의 흐름을 살펴보면, 1980년대 말에 정부 지자체 관주 도하에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운동으로 시작이 되었다. 그 이후 매스컴이나 드라마의 영향으로 한류드림을 안은 동남아시아 저개발 국가의 여성들이 가난 때문에 이국만리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주의 역사를 돌아보면, 1903년 101명의 한국의 건장한 청년들이 하와이 사탕수수밭에 노동이주를 한 것이 시발점이다.

하와이 정부는 청년들의 결혼이 문제가 되자, 고국에 있는 여성들과 맞선을 주선했다. 처녀들은 황금열매가 주렁주렁 열린 사탕수수 나무를 그리며 하와이 드림을 꿈꾸었다.

남편이 될 사람의 사진 한 장을 품에 안고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대부분의 처녀들은 실망했다. 사진 속의 잘생기고 멋진 남자는 온 데 간데 없고 그녀들을 맞이하러 나온 남자는 거친 손마디와 이마에 굵은 주름이 깊게 패인 완전한 노동자의 모습이었다. 그 상황에 너무 절망한 나머지 다시 고국에 돌아갈 수도 없어 자살한 여성도 있었다 한다.

그녀들은 남편을 도와 사탕수수밭에서 힘든 농장일과, 삯 바느질을 하며 한인 이주 1세대의 주인공이 되었다. 한국의 국제결혼 초창기의 모습도 이들과 유사하리라 짐작된다. 언어도 문화도 낯선 이국땅에서 그녀들은 이방인이었다. 농촌에서 고된 농사일에 시부모까지 모셔야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어떤 신부는 이렇게 인터뷰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앞을 봐도 산이요, 뒤를 돌아봐도 산이고 밭 뿐인 풍경에 할 말을 잃었어요. 자기 나라보다 더 문명의 혜택이 없는 오지 산골에 시집을 온 모양이었다.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다. 들에 일하는 농부들이 새참으로 막걸리를 먹는 것을 보고 하얀 막걸리가 우유인 줄 알았단다. 역시 부자 나라라서 비싼 우유가 농촌에서도 흔하구나 생각했단다.

꿈과 희망이 사라지고 현실을 도저히 극복할 수가 없어서 도망간 신부도 있고, 게중에는 자신을 희생하면서 가난한 집안의 가장이 되어 꿋꿋이 잘 사는 신부들도 있다. 얼마 전에 어떤 결혼 이주여성이 찾아왔다. 그녀는 자기 나라에서 전문대학까지 나온 재원인 여성이었다. 사연인즉, 십여 년 전에 지방의 시골마을에 시집을 와서 딸까지 한 명 낳았다.

자영업을 하는 남편은 아내에게 관심이 없었다. 친구들과 놀기를 좋아해서 외박을 밥먹듯이 하고, 모처럼 집에 일찍 들어오는 날이면 컴퓨터 게임에 빠져지내 마주앉아 밥 한끼 먹을 기회도 없었다. 시부모님은 그녀가 외출하고 한국어 배우러 가는 것도 싫어했다. 심지어 시어머니는 노골적으로 아들 결혼시킬 때 돈이 많이 들었다고 불평하며 며느리를 원망하였다. 시댁 식구에게 그녀는 가족이 아닌 가난한 나라에서 돈 주고 사온 며느리고 아내였다.

집안에 행사가 있어도 그녀의 의사나 생각은 조금도 반영되지 않았다. 그녀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남편이나 시부모님이 자신을 가족처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도 인간답게 살고 싶었다. 딸 때문에 이혼을 많이 고민했지만, 자신의 인생도 중요하고 딸이 성장하면 같은 여성으로서 엄마 마음을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큰 결심을 했다. 딸 얘기를 하면서 큰 눈에 눈물이 고였다.

결혼이주여성도 이제는 더 이상 경제적 약소국가에서 온 불쌍한 이민자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미래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가 있다. 그녀의 진정한 코리안 드림은 무엇일까. 부귀영화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부자가 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좋은 남편 만나서 행복하게 오순도순 잘 사는 것이다. 알뜰살뜰 살림을 일궈 여유가 되면 가난한 친정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문화, 언어, 외모가 달라도 인간의 감정은 똑같다. 지구촌 시대에 우리는 같이 가야 잘 살 수 있다. 상대를 인정하고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닫힌 생각에서 탈피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인식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 왔다. 그녀들의 코리안 드림을 응원하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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