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들꽃
  • 승인 2018.03.14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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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호



꽃이라 불리려면

눈을 확 당겨야지

그래야 마음이 멎는다고

그런 때가 있었지



붙여진 이름 없는 들판에

바닥을 기는 자잘한 들꽃

세세히 눈 맞추니 생의 실핏줄이 보인다

이 작은 꽃잎을 완성하느라

스스로는 안간힘을 다 바치고

꽃으로 불리기도 미안해 작은 몸을

더 축소했으리라



이 들판의 주인은 저 작은 꽃들이다



가다가 다시 서서 돌아보니

하나 내세울 것 없는 내 생이

저기 납작 눌린 들꽃으로

잔 몸 흔들고 있다



◇이필호 = 1959년 경북 군위 출생

1986년 ‘매일신문’에 수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 2010년 ‘사람의 문학’으로 등단

‘삶과 문학’ 회원·옻골문화제 대상 수상





<해설> 들꽃이 자신을 사랑해 줄 사람의 눈길을 확 잡아당기려면 여간 고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갖은 고생 끝에 이뤄놓은 결과도 보아주는 이 없다면 그 실망감은 오직 스스로의 몫인 것. 들꽃에 비추어지는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돌아보는 시인의 시선이 왠지 낯설지 않다. -정광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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