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착 못한 웰다잉법…현장 혼선 여전
안착 못한 웰다잉법…현장 혼선 여전
  • 남승렬
  • 승인 2018.03.1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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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한달
서류 작성·등록 절차 복잡
담당자 대부분 타업무 병행
“내용 잘 몰라 형식적 안내만”
“교육 강화로 실효성 높일 것”
‘웰다잉법’(존엄사법)이라 불리는 연명의료결정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한 달여 지났지만 현재까지 이 법은 ‘연착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혹은 연명의료계획서 등 관련 서류를 작성·등록할 때 복잡한 서식과 절차, 임종기 환자를 대신해 동의를 구해야 하는 가족 범위가 너무 넓다는 점, 의료기관의 미비한 윤리위원회 구성 등이 제도 정착의 걸림돌이라는 의견이 의료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연명의료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및 항암제 투여 등의 의학적 시술로서 치료 효과 없이 임종 과정만을 연장하는 것을 말한다. 연명의료결정법 상 요건을 충족하는 사람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해 연명의료에 관한 본인의 의사를 밝힐 수 있다. 대구지역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등록 기관인 대구의료원에 따르면, 이 의료기관을 통해 지난달부터 현재(19일 오후 기준)까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이는 16명이다. 연명의료결정제도에 참여 중인 영남대병원의 경우엔 임종기 환자나 보호자가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 연명의료 중단 의사를 밝힌 건수는 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2월 4일 이후 19일 오후 현재까지 총 17건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연명의료계획서와 관련된 복잡한 등록절차 등은 웰다잉의 확산을 가로 막고 있다. 20일 대구지역 의료계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등에 따르면 연명의료 서식 작성을 위한 등록사이트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총 16단계를 거치는 등 등록 절차가 까다롭다. 게다가 의료기관의 연명의료결정법 전담 근무자들이 많지 않은데다 다른 업무와 병행하는 경우도 많아, 담당자들도 정확한 전산입력 절차와 요령 등을 제대로 숙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구의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정보 입력 절차 등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까다롭다보니 의료 현장에선 연명의료결정법과 관련된 상담이나 문의가 들어와도 형식적인 설명만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교육 등이 현재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의료 현장에서조차 법 내용을 잘 모르다 보니 보호자 등이 상담을 해와도 적극적인 법 적용 독려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의료기관 윤리위원회’ 구성이 미흡한 점도 법 정착을 방해하는 요소다. 윤리위원회는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판단하는 기구로 빠른 법 정착을 위해서는 반드시 구성돼야 한다. 그러나 대구지역 의료기관 중 최근까지 윤리위원회를 구성한 병원은 영남대병원, 경북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대구의료원 등 5곳에 불과하다. 윤리위가 없는 병원의 경우는 환자가 연명의료계획서를 등록했더라도 연명의료 중단에 제동이 걸린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관계자는 “법 시행 초기다보니 의료 현장의 혼선과 제도적 허점이 나오고 있지만 향후 관련 교육과 인프라를 강화·확충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남승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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