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나오니 숲이 보이네
숲에서 나오니 숲이 보이네
  • 승인 2018.03.21 11: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순호(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연구소장)


길을 걷다가 한 번씩 의식 없이 자동적으로 입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이 있다. 김정호의 ‘하얀 나비’ 혹은 양희은의 ‘아름다운 것들’ 같은 흘러간 노래, 하지만 노랫말이 아름다운 곡이다. 작년 1월에는 일본 요코하마에 살고 계시는 지인의 집에 초대를 받아 10여 일을 머물다가 온 적이 있다. 그분의 집이 도쿄와 요코하마의 경계에 있어서 산책을 나가면 매일 도쿄시와 요코하마시를 왔다 갔다 하게 된다. 도쿄를 지나 요코하마로 흐르는 강변을 산책하다가 나도 모르게 이 노래가 입 밖으로 뱉어졌다. 무슨 이유였을까, 의식하지도 않았는데 그냥 재채기 나오듯 툭 튀어나왔다. 그리고 오래된 카세트에서 노래가 흘러나오듯 나의 입에서는 ‘이상은의 언젠가는’이란 노래가 흘러나왔다. 주크박스도 아니고 필자의 입에서는 한 번씩 이렇게 노래가 흘러나온다.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이대로”

일본에서 강변을 걷고 있다 보면 노인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무료하게 앉아 있는 수동적인 모습이 아니라 운동하는 능동적인 모습의 노인들이다. 누군가는 걷고 있었고, 누군가는 뛰고 있었다. 그들은 살아있었다. 젊은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모두 노인들이었다. 나이가 들어 몸이 아프게 되니 이제 건강이 삶에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운동을 하시는 노인들에겐 운동이 하루 식사하는 것과 같은지 모르겠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굶는 것과 같을지도 모르겠다.

바다에 사는 작은 물고기가 있었다. 하루는 멀리 여행을 잘 다니는 큰 물고기 아저씨에게서 신비로운 곳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모든 물이 다 모이는 어마 어마하게 큰 ‘바다’라는 곳에 대한 이야기였다. 바다, 처음 들어보는 곳이었다. 바다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아저씨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 어느새 바다는 꼬마 물고기에겐 꼭 가보아야 할 꿈의 장소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작은 물고기는 큰 결심을 하고 바다를 찾으러 길을 떠난다는 모험 이야기가 있다. 바다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자랐고, 바다 이야기를 처음 듣고 그 바다를 찾아 떠나는 물고기 이야기. 왠지 웃프다.(웃기지만 슬프다) 바다에만 살았던 물고기는 바다가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다른 이들이 부러워하는 바다에 살면서도 그 물고기는 늘 바다를 그리워하며 살았던 것이다. 이 모습 또한 왠지 우리 인간과 닮았지 않은가?

젊음 속에 사는 청년이 젊음이 무언지 잘 모른다. 젊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좋은지 젊은 사람은 모르고 산다. 건강 속에 사는 사람 또한 건강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산다. 그 속에 있다 보니, 그것의 귀함을 모른다. 우리는 참 바보 같다. 늘 잃고 나서 그것이 소중한 줄 아니까 말이다. 정말 젊은 날에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참 바보 같다 우리는.

그래서 우리는 그 많음 속에서 한 번씩 빠져나올 필요가 있다. 그래야 그것이 보인다. 자신이 있었던 곳이 어떤 곳이었는지 보이게 된다. 한국이 좋다는 것은 한국을 떠나보아야 알 수 있다. 한국이 얼마나 치안이 좋고 사람들이 친절한지는 떠나 보아야 안다. 삼면이 바다여서 조금만 이동하면 바다를 볼 수 있고, 산이 많은 아름다운 나라라는 것을 건조한 사막의 나라에 가보아야 알 수 있다. 사계절이 있어서 참으로 살기 좋은 곳이라는 것을 한국을 떠나보아야 안다. 그래서 우리가 살고 있는 숲에서 나와야 한다. 그래야 숲이 보인다.

글을 적다 보니 또 입에서 양희은 씨가 불렀고, 시인과 촌장이 부른 ‘숲’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숲에서 나오니 숲이 보이네. 푸르고 푸르른 숲. 내 어린 날의 눈물 고인. 저 숲에서 나오니 숲이 느껴지네. 외롭고 외롭던 숲. 음 내 어린 날의 숲”

그래, 숲에서 나와야 숲이 보인다. 오늘은 숲에서 나와야겠다. 사람의 숲에서 나와서 내 주위에 얼마나 고마운 사람이 많았나를 생각해 보아야겠다. 풍요의 숲에서 나와서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리며 살고 있었는지 돌아보고 감사하는 하루가 되어야겠다. 다시 들어가야 할 숲이지만 오늘은 숲에서 나와야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