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무형문화재 김영식 사기장, 대백프라자갤러리 초대전
경북도 무형문화재 김영식 사기장, 대백프라자갤러리 초대전
  • 대구신문
  • 승인 2018.04.03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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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년 혼 잇는 문경백자 재현”

문경백자 가업 8대째 계승

달항아리 등 50여점 전시

“전통 보존과 대외 홍보 등

무형문화재로서 역할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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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대 도예명문 김영식이 경북도 지정 무형문화재 사기장 보유자 지정 기념을 위한 초대전을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열고 있다.


청화백자에 모란문호가 새겨져 있다. 단숨에 시선을 잡아끄는 시린 백색 대신 푸른 기운이 고즈넉하게 감도는 덤덤한 백색이다. 찻잔에는 슴슴하지 않을 만큼의 간결한 나비문양이 새겨졌다. 소박하고도 애잔하다. 지난해 7월 경북도 지정 무형문화재 사기장 보유자로 지정된 김영식의 도자기다.

도예가 김영식 초대전이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7월 경북도 무형문화재(사기장 32-라)로 지정된 기념 작품전이다. 전시는 백자 달항아리와 철화백자양각국화문주병, 분청어문주병과 이도다완, 철화난문다기 등을 보여준다. 가문대대로 내려온 180년 전통의 ‘망댕이가마’에서 구워낸 50여 점과 사기장 입분 30년간의 작품을 촘촘하게 구성했다.

김영식이 도자기를 빚는 곳은 조선요(朝鮮窯). 조선시대 도자기 기술을 잇는다는 의미에서 ‘조선’이라고 했다. 김영식은 도예 명문가의 종손이다. 8대째 조선백자가 대대로 전수되고 있다. 1대 김취정 사기장을 시작으로 240년간 물레치기는 쉼이 이어지고 있다.

김영식의 도자기가 소박하고 애잔한 이유는 민요(民窯)이기 때문이다. 그의 가문은 민요에 해당한다. 궁중이나 지배계급을 위한 도자기기를 생산하는 관요(官窯)와 달리 민요는 서민들의 생활도자기를 만들었다. 작품성에 치중한 관요와 달리 민요는 실용성을 우선으로 한 것.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김영식은 “우리집안의 맥은 서민들이 사용하는 실용성 있는 도자기를 만드는 데 있다”고 했다.

문경백자는 청백자다. 푸른색이 감도는 백자다. 청백색을 띠는 문경의 흙에서 청백자가 왔다. 김영식도 그들 집안만의 배합률로 문경 특유의 청백자를 재현한다. 희디 흰 백자를 못만들 이유는 없다. 그러나 집안의 맥과 문경도자의 전통인 문경백자 재현이 그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라고 보고,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

“무형문화재 사기장으로서의 역할은 전통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봐요. 가장 문경다운 백자를 재현하는데 혼신을 다하고 싶어요.”

그 라고 서민백자만 고집하지는 않는다. 달항아리 등 관요에서 구웠던 고급 도자기도 만든다. 항문호나 용문호를 달항아리에 새기며 전통을 따른다. 그러나 그것마저 문경 도자의 맥과 혼연일체를 이룬다. 문경 특유의 청백자가 그의 손길에서 새 숨을 얻는다.

그는 스스로 전승작가라 자족한다. 창작보다 전승이 우선이다. 그렇더라도 재현을 통한 전통계승과 함께 자신만의 개성도 놓치지 않는다. “나만의 비법으로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러운 도자리를 만들려고 해요.”

평생 도자기와 함께 했다. 도예 집안의 장손인 까닭에 어린시절 놀이터가 망댕이가마였고, 아버지가 도자기를 빚던 흙이 장간감이었다. 그도 젊은시절에는 산골이 지겨워 도시 삶을 꿈꾸기도 했지만, 부친이 작고하자 가업을 이었다. 부친의 작고가 그의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

“아버지는 제가 가업을 잇길 바라셨어요. 막상 아버지가 돌아가시니 ‘이 길이 내 팔자’라고 받아들였죠.”

기초를 다지는데 20년이 걸렸다. 그도 이제 30년차 도예가다. 도예가로서 절정기인 50대에 접어들었다. 도자기는 완성 없는 미완의 세계.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문경전통 도자의 맥을 잇는 좋은 작품을 통해 문경백자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혼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가 좋은 도자기의 예를 언급했다.

“불에서 막 꺼냈을 때 형태나 색채가 좋으면 좋은 작품을 얻는 기쁨이 크죠. 그러나 진짜 좋은 도자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거부감이 없고 편안해서 자꾸 보게 되는 그런 도자기지요.”

문경도자기의 전통에 충실하면서도 현대인의 삶을 파고드는 도자기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그에게 부과된 시대적 과제라고 본다. 그리고 경북도 무형문화재 사기장 보유자로 지정되면서 여기에 하나가 더 더해졌다. 문경도자의 우수성을 만방에 알리는 것이다.

“문경백자를 재현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시와 언론홍보와 문하생 양성 등 다양한 방면에서 문경도자기를 홍보하는 일에 중점을 두고 싶어요. 무형문화재에 걸맞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전시는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8일까지. 053-420-8015∼6 황인옥기자





※김영식은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장려상, 현대미술대전 공예부문 최우수상 등 각종 공예경진대회에서 실력을 인정받았으며 집안의 가풍을 이어 분청사기를 주로 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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