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유난히도 추운 겨울을 보내며
<대구논단>유난히도 추운 겨울을 보내며
  • 승인 2010.01.1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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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규 (대구보건대 안경광학과 교수)

어린 시절 겨울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보면 털모자와 털장갑, 떨어져 나갈듯한 귀를 감싸주던 귀마개, 꽁꽁 얼어붙은 강과 대지, 눈싸움과 얼음지치기, 고요한 밤을 울리던 찹쌀떡 장수의 외침, 추위도 잊은 딱지치기와 팽이놀이에 온통 얼어 갈라터진 아이들의 손과 발 등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불과 사십여 년 전 이야기다. 예로부터 `삼한사온’이라는 말은 있었지만 엄청 추웠던 기억들뿐이다. 그랬던 겨울이 언제부터인가 그리 춥다고 생각되지 않았고 하천이나 강에는 살얼음조차 구경하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느낄 수 있게 된 데는 건축기술과 난방기구의 발달, 신발과 의류 등 생활용품 제조기술 등 산업기술의 발달도 톡톡히 한 몫 했으리라 여겨진다. 옛날 겨울옷들은 불편하게 두껍기만 했지 바람만 막아줄 뿐 보온효과는 떨어졌고, 운동화를 신어도 시려오는 발을 녹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생활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괄목상대의 발전이 있어 생활이 무진장 편리해 진 것은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올 겨울은 어린 시절을 연상케 하는 한파와 좀처럼 보기 드문 폭설이 몰아쳤다. 올겨울 불어 닥친 이상한파가 지구온난화에 따른 `극단기후(extreme weather)’ 현상이라 기후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고 세계 곳곳에 이상기온현상이 나타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고 인류의 위기설까지 거론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지구의 기후가 현재 이례적인 불균형의 상태에 놓여있다고 한다. 최근 몇 주간 북반구 지역은 수십 년만의 강추위에 얼어붙었고 지구 곳곳이 폭설과 얼음으로 교통이 마비되었으며 기후에 민감한 작물은 생육에 문제가 생겼다. 중국은 강추위로 전력 제한 송전을 시작했고 동지나해는 30년 만에 최악의 결빙사태를 겪고 있다.

러시아의 올 1월 기온은 지난 30년 평균보다 섭씨 4∼5도 떨어졌다. 독일 북동부에선 최근 폭설로 고속도로가 막혀 300여명이 추위에 밤을 지새웠고, 폴란드에서는 강추위로 지난 11월 이후 80여명이 사망했다. 반면 캐나다 북극지역과 북아프리카에서 중동에 이르는 지역에선 평균 온도보다 높은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현재 여름인 남반구 지역에서는 극심한 고온이 땅을 달구고 있다.

호주에선 기온이 44도 이상 올라가면서 철도망이 늘어지고 열차가 고장을 일으켜 운행 취소가 수백차례 발생했다. 기후변화가 가져온 몸살은 비단 올 겨울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남태평양 섬나라 투발루 주민들은 빗물을 받아 식수로 사용한다. 물 부족이 심한 아프리카와 케냐는 5년 전부터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고, 전 세계 12개 국가가 해마다 식수를 둘러싼 전쟁을 치르고 있다.

2020년 이전 세계에서 적게는 7,500만 명, 많게는 2억5,000만 명이 기후변화로 인한 물 부족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 한다. `설탕같이 하얀 백사장’으로 이름난 인도양의 휴양지 몰디브가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20년 동안 기후와 관련된 자연재해는 연평균 200건에서 400건으로 2배 증가했고, 현재 세계 28억 인구가 기후변화가 초래한 홍수, 폭풍우, 가뭄 등에 노출된 지역에 살고 있으며, 환경 요인으로 인해 2050년까지 거주지를 떠나야 할 기후난민이 1억5천만 명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에너지 전쟁의 그늘 속에 숨겨진 인류의 생존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지난해 극장가를 달군 `해운대’와 `아바타’에 담겨진 메시지도 환경파괴의 위험성 경고가 아닌가 생각된다. `Green is money`란 책에 보면 로하스(LOHAS: 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란 용어가 자주 나온다.

이 용어는 공동체 전체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소비생활을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친환경 중심으로 전개하자는 생활양식ㆍ행동양식ㆍ사고방식을 뜻하는 말로서 2000년에 미국의 내추럴마케팅연구소가 처음으로 사용하였고 2003년 ‘뉴욕타임스’지가 미래소비를 주도할 키워드로 소개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된 용어다.

가족의 건강을 위해 벽지를 친환경소재로 바꾸는 것이 `웰빙’이라면 벽지의 원료가 재생 가능한 것인지, 또 폐기할 때 환경파괴성분이 나오지 않는지 등을 따지는 `사회적 웰빙’이 바로 `로하스’의 개념이다.

`미니빙하기’를 예고하는 유난히도 추운 겨울을 보내며 이제는 문화가 변해야 함을 느낀다. 개개인부터 국가에 이르기까지 환경에 대한 인식은 물론 지구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높아져야하며 생활방식과 소비패턴 그리고 사고와 행동까지 모두 바뀌어야 미래를 살아갈 우리 후대에게 희망을 물려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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