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입양 50대 女, 노모와 극적 상봉
프랑스 입양 50대 女, 노모와 극적 상봉
  • 남승렬
  • 승인 2018.05.0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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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찰청 장기실종수사팀 도움 성과
어머니 姓 송씨를 이씨로 잘못 알았지만
입소카드 메모·전산망 통해 끝까지 추적
상봉-흑백
45년 전 프랑스로 입양된 이모(55·왼쪽)씨가 경찰의 도움으로 2일 부산에서 생모와 상봉하고 있다. 대구경찰청 제공

경찰이 45년간 끊긴 모정(母情)을 이어줬다. 어린 시절 프랑스로 입양된 50대 여성이 경찰의 도움으로 팔순을 훌쩍 넘긴 어머니와 극적인 재회를 한 것이다.

대구지방경찰청 장기실종수사팀은 45년 전 프랑스로 입양돼 30년간 어머니를 찾는 사례를 접수해 추적에 나선 결과 모녀 상봉이 성사됐다고 2일 밝혔다. 모녀 상봉의 출발점은 대구의 한 보육원이 경찰에 해외 입양아동의 사례를 소개해 도움을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이 보육원으로부터 가족을 애타게 찾는 해외 입양자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한 경찰은 1974년 프랑스로 입양된 이모(여·55·프랑스명 마거릿)씨의 사연에 주목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1973년 대구 남구의 한 보육원에 입소해 이듬해 프랑스로 입양됐다. 이후 이씨는 30년간 생모를 애타게 찾았지만 행방을 파악하지 못했다. 성인이 된 후 네덜란드인과 결혼해 가정을 꾸렸지만 생모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커져갔다. 그는 현재 네덜란드에 살고 있다.

대구경찰청 장기실종수사팀은 지난달 19일 이씨의 사연을 접수받아 본격적으로 생모 추적에 나섰다. 경찰은 먼저 보육원 입소카드를 통해 확인한 이씨의 생모 이름으로 소재지를 추적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입소카드에 적힌 생모의 이름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이씨는 생모의 성을 이씨로 기억했지만 송씨였던 것.

생모 이름을 재확인한 경찰은 이씨로부터 사진 한 장을 넘겨받아 행정 전산망을 통해 다시 추적했다. 경찰은 이씨가 기억하는 생모의 나이를 바탕으로 1925년부터 1950년에 사이에 태어난 사람 중 같은 이름을 가진 10여명을 추려낸 뒤 일일이 대조했다. 확인 결과 보육원 입소카드에 이씨라고 적혀 있던 생모는 현재 부산 남구에 거주하는 송모(83)씨로 밝혀졌다. 경찰은 송씨와 접촉해 45년 전 헤어진 딸 이씨가 애타고 찾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줬다. 생모로부터 재회 의사를 확인한 경찰은 즉시 모녀의 만남을 주선했다.

이씨는 2일 네덜란드인 남편과 함께 대구경찰청을 찾아 감사 인사를 한 뒤 이날 오후 어머니가 사는 부산으로 내려가 송씨와 극적으로 상봉했다. 45년 만에 만난 모녀는 마주한 순간부터 울음을 쏟아내 주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이씨는 꿈에 그리던 어머니를 다시 만나자 반가움에 연신 큰절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씨는 한국말로 “사랑해 엄마, 보고 싶었어!”라고 말했고 어머니도 “미안해”라고 대답하며 울음을 터트렸다.

류상열 대구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은 “어머니 송씨 역시 10년 전부터 딸을 찾으려고 노력해왔다”며 “앞으로도 가족의 끈을 이어 주는 일에 나의 가족을 찾는 마음으로 더욱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한편 장기실종수사팀은 이외에도 43년 전 미국으로 입양된 아동 등 2명의 가족을 찾아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차모(여·43)씨의 경우 내달 말 어머니, 오빠와 상봉할 예정이고, 박모(여·42)씨는 내년 봄 언니와의 만남이 예정돼 있다. 남승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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