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 탓에 방문객이 별로 없는 일주문을 지나 보화루 앞에 다다르니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얼어붙은 빙벽을 무대로 감탄사를 연발하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부산의 모 교회에서 영천에 3박 4일간의 수련과정중 은해사를 찾았다 한다.
또 바로 아래 계곡에 설치된 설매장에는 10여개의 설매가 비치되어 있다. 코흘리개 시절 강가에서 얼음지치다 깨진 얼음에 빠져 불 피우며 옷 말리다 양말과 바지 태우고 부모님께 꾸중 듣던 시절을 떠 올리며 마음속으로 미소 지으며 치산계곡으로 향했다.
치산계곡 또한 한여름의 북적이던 계곡에는 우윳빛 얼음들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차는 수도사까지만 통행이 되어 여기서부터는 아직까지 눈으로 덮인 길을 10여분 올라가니 여름 내내 우리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던 공산폭포는 빙벽으로 변해 있었다.
꽁꽁 언 얼음 아래에는 생명의 물이 졸졸, 쪼르륵, 주르르 저마다의 소리를 내며 흘러내린다. 세상을 다 얼게 만든 강추위도 생명의 물줄기까지 얼리지는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 이는 곧 봄이 다가오고 있음이라.
봄! 얼음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에는 봄의 느낌이 서려있다. 봄은 이런 강추위를 견디고 맞은 계절이기에 더 값진가 보다. 팔공산 동쪽 자락의 고즈넉한 분위기도 느끼고 눈 덮인 계곡의 얼음 구경도 함께 즐기며, 몇 만원의 기름 값이 아깝지 않은 풍경들이 있고,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라면 그 느낌이 배가될 것이며 설매도 무료이고 공산폭포의 입장료도 없어졌다.
정상용 (영천시청 문화공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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