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자식 서로가 “부담스러워”
부모·자식 서로가 “부담스러워”
  • 장성환
  • 승인 2018.05.0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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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꺼리는 ‘어버이날’
젊은층 취업·결혼 문제로 갈등
중년 시간적·경제적 여유 부족
안부전화·용돈 송금 ‘체면치레’
부모도 자녀 어려운 입장 배려
친구들과 모임·부부끼리 여행
카네이션
카네이션 고르는 시민들 어버이날을 하루 앞 둔 7일 오후 대구 북구 대구꽃백화점에서 시민들이 부모님께 선물할 카네이션을 고르고 있다.
전영호기자 riki17@idaegu.co.kr
부모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보내야 할 ‘어버이날’이 그 의미가 퇴색되며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젊은 세대는 취업·결혼 등의 대화 주제로 의견 충돌을 피하기 위해, 중년 세대는 저소득·자녀 양육 등으로 인한 팍팍한 현실이 부담스러워 부모님과의 만남을 꺼리는 추세다.

직장인 유현민(34·대구 동구 용계동)씨는 3년째 어버이날에 부모님을 찾아뵙지 않고 있다. 휴일이 아닌 탓에 고향에 다녀올 시간적 여유도 없거니와 결혼적령기가 되자 부모님과의 대화가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이다. 유씨 주변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부모님께 계좌로 용돈을 보내드리면서 안부 전화만 드릴 뿐 직접 찾아뵙는 사람은 거의 없다.

유씨는 “명절에 부모님께 결혼 잔소리 듣는 것도 지치는데 굳이 어버이날까지 만나서 불편한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다”며 “부모님 찾아뵐 교통비로 용돈을 더 드리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고두석(45·대구 북구 산격동)씨 역시 어버이날을 챙기지 못한 지 오래다. 3남매 양육비에 설·추석·생신 때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는 것만 해도 경제적으로 빠듯해서다. 올해도 부모님께 전화 한 통만 드릴 예정이다. 고씨는 “요즘 회사 사정도 좋지 않은 데다 아이들에게 한창 돈이 많이 들어갈 때라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어버이날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다”며 “부모님도 이런 사정을 잘 알고 계셔서 충분히 이해하실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어버이날의 풍경 역시 바뀌고 있다. 부모님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며 고마운 마음을 전하던 모습은 옛말이 됐고, 요즘은 바쁜 일상을 핑계로 식사 한 끼 함께 하는 경우도 드물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갈수록 자식들의 사회·경제적 여건이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는 취업난 심화로 인해 연애·결혼·출산 등을 포기하며 기존의 부모 세대와 가치관 충돌이 일어나 직접적인 대화 자체를 피하고 있고, 중년 세대는 명예퇴직 등의 압박을 느끼며 본인 가정을 건사하기에도 벅차 여유가 없어 어버이날에 신경 쓰지 못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에 자식과의 만남을 먼저 피하는 부모도 생기고 있다. 친구들과 약속을 잡거나 부부끼리 여행을 떠나는 등 자녀가 찾아오지 않아도 미안함을 느끼지 않도록 구실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시민 이상규(75·대구 수성구 신매동)씨는 “다행히 우리 부부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매년 어버이날에 맞춰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가는 편이다”라며 “애들 사정 힘든 거 다 아는데 조금이라도 부담을 줄여주고 싶다. 이게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장성환기자 s.h.jang@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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