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좀 믿게 해 줄 수 없나
이제 좀 믿게 해 줄 수 없나
  • 승인 2018.05.2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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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행정학 박사)


북한의 몽니가 또 다시 시작되었다. 새삼 놀랄 일은 아니다. 4·27남북정상회담으로 북한은 우리의 중재로 그들이 그토록 원하던 북미정상회담의 기회를 얻었다. 북한은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그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각종 제재조치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UN을 통한 각종 제재조치가 지속될 경우 경제적 파탄을 초래하게 되어 종국에는 그들의 체제유지가 어렵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과 북은 상호비방을 자제하기 위해 군사분계선에 설치되어 있던 대형 확성기를 철거하였고, 북한은 약속한 비핵화조치의 일환으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선언하였다. 그리고 이를 국제사회에 확인시키기 위해 5월 12일 북한 외무성 공보를 통해 한국, 러시아, 미국, 중국, 영국 등 5개국 언론을 초청하겠다고 밝혔으며, 실제로 5월 15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우리 측 1개 통신사와 1개 방송사에서 각각 4명의 기자를 초청하였다.

그러다 갑자기 16일 한 · 미 맥스선더 훈련 및 태영호 전 주영북한대사관 공사의 발언을 빌미로 오전 10시에 예정된 남북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하더니 그 다음날부터 대남 비방을 다시 시작하였다. 이는 남북정상이 만나 화해무드를 조성한지 불과 20여일만에 또다시 과거의 행태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5월 17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리선권위원장이 문답형식의 대남비방을 시작으로, 18일에는 우리 측 풍계리 핵실험장폐기행사 취재단 명단접수를 거부하였으며, 19일에는 2016년 중국 식당에서 집단탈북한 여종업원들의 송환을 요구하는 등 몽니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남북 고위급 회담 중지를 비롯한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남북 간 현안들도 줄줄이 멈춰버렸다. 5월 중에 열기로 한 군 장성급 회담과, 6월에 남북이 공동 개최할 예정이던 6·15 민족공동행사 준비도 북한의 반발로 멈춰 버린 상태이다.

북한의 이러한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대해 북한전문가들은 그들을 지지하는 중국을 배경삼아, 23일 이루어지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강경 입장을 누그러뜨려 달라고 문 대통령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견해가 많다. 이러한 북한의 전략은 남북관계 긴장국면을 지렛대삼아 6월 12일 개최예정인 북미정상회담까지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라는 것은 이제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전형적인 북한의 외교 전략이다. 이러한 북한의 전략은 북미정상회담이 성공리 끝나면 그 이후 남북관계는 판문점선언 합의 이행 명분으로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화해무드로 나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들을 바지저고리로 알고 무시하는 처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러한 전략은 지나온 남북 관계에서 항상 북한이 사용해 오던 전략이고, 그것이 항상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정부가 몽니를 부리는 북한을 달래기 위해 그들의 일방적이고 무뢰한 요구도 어느 정도 수용하는 등 양보를 하면 못이기는 척 대화에 응하고, 우리가 그들의 몽니에 강경대응하면 대화는 단절되고 긴장상태는 지속되어 왔던 것이다. 따라서 보수진영에서는 우리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지속하기 위하여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태도를 대북 저자세로 보고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일방적 약속 파기에도 기껏해야 ‘유감이다’라는 정도 밖에 표현하지 못하고 있으니 북한이 제멋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 또한 아무리 북한과의 대화가 중요하다고 해도 이런 북한의 태도에 끌려 다녀서는 곤란하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의 전략은 미국에게는 잘 통하지 않는 듯하다. 22일 열린 한 · 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 “안 열려도 괜찮다”라고 말해 북미정상회담 개최 전망 자체를 흔드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기도 하였다.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자신의 외교력을 전 세계에 과시하고 싶어 하는 트럼프의 입장에서 회담을 연기하거나 취소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전혀 배제할 수도 없다. 성공적인 북미정상회담과 한반도의 비핵화가 절실한 이때 우리 대통령의 중재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북한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들이 국제사회에서 정상적인 국가로서 인정받고 싶다면 신뢰성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비록 4·27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대다수의 국민들이 환영하고 지지하고 있지만, 북한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신뢰하고 있지는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북한이 대한민국 국민들의 가슴에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지 않고 믿을 수 있는 국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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