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욕망…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한 청춘
사랑·욕망…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한 청춘
  • 윤주민
  • 승인 2018.05.24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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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소설 원작 영화 ‘버닝’
8년 만에 돌아온 이창동 감독…칸 영화제 초청 받아
희망 불씨 꺼져버린 한국 청년들의 삶 진솔하게 표현
유아인 명연기 빛났지만 복잡한 세계관·전개 아쉬워
유아인
영화 ‘버닝’ 스틸 컷.


스크린이 어두워진 뒤 사람들은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이창동 감독 특유의 문학적 세계관을 이해하지 못한 게 컸을 터. 심오한 질문만 남겨놓은 채 자극적인 결말로 모든 것을 태워버린 영화는 마지막까지 무책임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재해석한 영화 ‘버닝(감독 이창동)’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유통업계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종수(유아인)가 어린 시절 동네이웃이자 친구였던 해미(전종서)를 만나면서 일어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 의문의 남자 벤(스티븐 연)의 등장으로 영화는 한층 더 미스터리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젊은이들과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고민을 담은 영화’. 이창동 감독은 영화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시각과 함께 현시대 젊은이들의 삶을 짚어봤다.



◇종수(유아인)

종수는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뒤 작가를 꿈꾸는 ‘취준생’이다. 생활고에 시달려 공부에만 전념할 수 없지만 나름 책을 읽으며 미래를 그린다.

그러던 어느 날, 나레이터 모델 일을 하고 있는 해미를 만나면서 큰 변화를 맞는다. 예기치 않은 인물 벤의 등장까지.

종수는 해미에게 이성의 감정을 느낀다. 그러면서 해미가 가깝게 지내는 벤의 부유함을 보고 자신의 초라함을 직시한다. “우리나라에는 개츠비가 너무 많다”라며.

안타깝게도 이 감독은 종수를 통해 너무 많은 문제점을 제기한다. ‘공감대 형성’에 실패했다는 얘기다. 방황하는 청춘을 잘 그려냈지만 지나치게 명암을 가른 설정이 다소 아쉽다. 북한의 대남방송이 아무렇지 않게 들리고 이사를 가는 데 필요한 짐가방은 단 2개. 현실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우리들의 ‘청춘’이라고 부르기엔 최악의 상황이다.

마지막, 벤의 혐의를 포착했을 때 한순간 포기하고, 되레 노트북 앞에 앉는 종수의 모습은 오히려 물음표를 자아낸다.

◇해미(전종서)

해미는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고찰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집에 부담을 준 ‘카드빚’은 안중에도 없다.

일을 해서 모은 돈은 아프리카로 경비로 다 써버린다.

그러면서 아프리카 부시맨의 ‘리틀 헝거(little hunger)’와 ‘그레이트 헝거(great hunger)’의 삶을 갈망한다.

결과적으로 모순인 셈이다.

세상에서 지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 해미, 정작 그녀는 자신이 기억되기를 바라는 듯 하다.

팬터마임을 배우며 진짜와 가짜 그리고 사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그녀의 삶은 극적인 재미로 작용했지만 관객들의 이해를 바라기엔 무리가 있다.

실제로 해미와 같은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영화의 재미를 위한 것이겠지만 가족을 버릴 만큼의 용기를 가진 자를 쉽게 볼 수 없다.

◇벤(스티븐 연)

“그냥 놀아요. 놀고 싶을때는요.”

벤은 아무 일도 안 한다. 그런데 돈이 많다. 집도 좋고 차도 좋다. 언뜻 보기엔 모든 것을 다 가진 걸로 보인다.

하지만 벤의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 한 여자에 만족하지 않고, 또 비닐하우스를 태워 자신의 마음 속 타오르는 무언가를 발화한다. 심지어 대마초도 서슴지 않고 피운다.

30대의 돈 많은 남성의 힘듦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늘 웃으며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 이면에는 자신 조차 이기지 못한 나름의 불행이 있는 벤이다. 그 행위 자체가 큰 범죄에 속하는 만큼 억눌린 마음이 크다는 것.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같은 입장에 돼야 하겠지만, 공교롭게도 그렇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이다.

‘제71회 칸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인 영화 ‘버닝’은 현지에서 극찬을 받은 것과 달리 국내에선 반응이 시답잖은 모양새다. ‘청춘’들의 고뇌를 다루고자 했던 이창동 감독의 바람과 달리 우리나라 청년들은 등을 돌리고 있다.

2010년 ‘시’이후 8년만에 돌아온 만큼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영화는 끝까지 물음표를 남긴다.

윤주민기자 yj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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