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
초복
  • 승인 2018.05.27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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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전리 이장님 때마침 마누라가 건네준 16만원 들고 개 한 마리 사서 뒷동산으로 올라갔다 올여름도 목이 타는 날들을 견뎌내려면 뭐니 해도 개새끼가 딱이라 서둘러 목줄을 묶어 나무에 매달려는 순간 고만 개 눈과 마주치고 말았다 어디선가 많이 본 그 눈빛이라 주춤하는 사이 때는 이때다 싶었는지 개가 찰나를 눈치 채고 꽁지 빠지게 도망을 갔다 화들짝 놀란 죽전리 이장님 부리나케 개를 쫓아 온 산을 뒤지기 시작했는데 땀은 등줄기 줄줄 흘러내리고 끓어오르는 부아에 더위는 다 잊고 산속을 헤매고 다녔는데 어느새 해는 저물고 죽전리 이장님 배는 우르릉 우르릉 울었는데 가만히 도망친 산속을 보고 있자니 숨이 찬 하루가 한꺼번에 풀어지듯이 웃음이 터져 나와 이만하면 할 몫은 다 해봤다고 주인 없는 목줄을 냅다 던지고는 산을 내려오는데 초복에 신이 난 개가 산등성이에서 실컷 울고 있었다





◇김주애 = 경북 상주 출생. 2014년 시집 <납작한 풍경> 등단.



<해설> 초복의 해학을 코믹하게 그려냈다. 제법 무거운 돈을 주고 산 멍멍이가 도망을 치고 말았으니 화자의 에스프리가 볼만하다.

초복이 오면 삼계탕이며 보신탕을 먹는다. 요즘은 보신탕을 혐오식품이라 해서 으슥한 뒷골목 신세다. 사실 개고기 맛 일품이라는 것은 대부분 안다. 개의 애완동물 역사는 길다. 하지만 우리 선조들은 보신탕을 즐겨먹었다. 초복에 도망간 개가 실컷 울었으니 아이러니다. -제왕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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