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흔해 천덕꾸러기…누군가에겐 ‘소박한 꽃다발’로
너무 흔해 천덕꾸러기…누군가에겐 ‘소박한 꽃다발’로
  • 윤주민
  • 승인 2018.05.31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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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휘영의 야생화 편진(끝) 개망초
1900년대 말 日 선박에 묻어 상륙
나라가 망할 무렵 들어와 ‘개망초’
번식력 왕성 몇년 새 전국에 퍼져
어린 묘 상태 겨울나고 5~8월 개화
꽃은 지름 2㎝ 정도 흰색으로 피어
미국쑥부쟁이와 비슷 혼동 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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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초


#귀화식물 개망초

봄꽃들이 한창 피어난 다음 5월경으로 접어들면 산으로 들로 흔히 볼 수 있는 하얀 꽃이 지천으로 핀다. 어린 시절 ‘들국화’라고 부르기도 했고, 계란 닮은 꽃이라 하여 ‘계란꽃’이라고도 불렀던 개망초가 그것이다. 때는 조선 고종 12년(1875) 일본의 군함이 강화도를 지나 한강으로 들이닥친 운요호사건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함장 이노우에 가오루(井上馨)가 이끄는 군함에 굴복하여 이듬해 2월 강화도조약이라는 불평등조약을 맺으면서 조선은 개국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하여 3개 항구를 개항하기로 하여 1976년 부산항, 1979년 원산항, 1980년 인천항을 차례로 개항하기에 이른다. 이로써 일본 선박의 출입이 잦아졌고 화물에 흙과 함께 묻어 상륙한 것이 바로 개망초이다.

일본으로부터 유입된 이 외래종 식물은 번식력이 무척 왕성해 우리나라의 전토에 퍼지는 데는 불과 몇 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 이 개망초의 원산지는 북아메리카 대륙이다. 일본은 1854년 미국의 페리제독이 흑선(黑船·구로부네)을 몰고 들어옴으로써 개항을 맞이하게 된다. 일본이 개항하면서 미국에서 들여오는 짐 궤짝의 흙에 묻어 일본으로 상륙하였다고 한다. 개망초는 그 번식력이 아주 뛰어나 불과 10여년 만에 일본열도를 뒤덮었고 조선이 개항하면서 일본에서 다시 우리나라로 유입된 것이다. 이 식물이 들어와서 나라(조선)가 망했다고 하여 ‘개망초’, 혹은 나라가 망할 무렵 들어온 풀이라 하여 ‘개망초’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지금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야생초로 토착화된 식물(귀화식물)이지만 아픈 역사의 편린을 간직하고 있는 풀이다. 꽃말은 ‘화해’, ‘소박함’, ‘청초함’ 등이다.

논밭에 작물을 재배하거나 화단을 가꾸는 사람들에겐 개망초는 귀찮은 잡초로 취급되기도 한다. 사람이 재배하는 ‘작물’의 상대적 개념으로 잡초는 ‘사람이 관리하지 않는 식물’이다. 잡초 중에서 개체가 많은 것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기도 한다.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멋진 꽃다발이 되기도 하고 아름다운 들꽃이 되기도 하고 추억 속의 애틋하고도 소박한 꽃이 되기도 한다.

밤마다 몰래 키워/ 차지해 버린 묵은 밭/ 가녀린 목 빼고 님 기다린 밤/ 산딸나무 꽃잎에/ 하얀 달빛 살포시 내리면/ 개망초 하얀 꽃 눈이 시리다.// 달 빛 유혹에/ 마음은 벌써 먼님 불러/ 타박 타박 다정한 밤길.// 개망초 하얀 꽃/ 그리움에 고이 싸/ 먼데님 한가슴 안겨 드리고/ 밤새 외로움에 시달려도/ 또 밤 오면 새 하얀 망초 길을/ 고운님 불러 손잡고 다시 걷고 싶어라.// (개망초 하얀꽃/ 박근묵)



#개망초의 특성

개망초는 국화과 개망초속(Erigeron)의 한해살이풀로, 학명은 Erigeron annuus (L.) Pers.이다. 국화과의 식물은 세계적으로 약 1,100속, 2,000종 이상이 있다고 한다. 속명 에리게론(Erigeron)은 그리스어로 ‘빠르다’는 ‘eri’와 ‘노인’을 의미하는 ‘geron’의 합성어로 ‘꽃이 빨리 핀다’ 혹은 ‘봄꽃’이라는 의미이다. 종소명 안누우스(annuus)는 ‘일년생’이란 뜻이다. 쌍떡잎식물로 통꽃이다. 북아메리카 원산이며 꽃의 모양이 계란과 비슷하다하여 계란꽃이라고도 부른다. 어린 묘의 상태로 겨울을 난 후 늦은 봄부터 5~8월에 꽃을 피운다. 그런 점에서 두해살이풀로 보기도 한다. 꽃은 지름 2㎝ 정도로 흰색으로 핀다. 꽃은 길이 7~8㎜, 폭 1㎜ 정도의 설상화가 둘러싸고 있다. 가장자리의 꽃은 암술만 가지고 있으며, 중앙부의 꽃은 암술과 수술을 모두 가지고 있다. 키는 30~100㎝ 정도이고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서식지로는 전국에 걸쳐 분포하며 산비탈이나 길가, 모래자갈, 풀밭에서도 잘 자란다. 한국, 일본 등지를 비롯하여 전세계의 온대 지방에 널리 분포한다. 어린 순은 나물로 이용하기도 한다. 전초와 뿌리는 일년봉(一年蓬)이라 하여 약용한다. 꽃이 개화하기 전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려 사용하며, 청열, 해독, 소화를 도와주고 소화불량, 장염, 간염, 혈뇨(血尿) 등에 효능이 있다.

4~5월에 피고 꽃이 아래로 향하며 약간 연분홍이 감도는 듯한 것을 ‘봄망초’라고 하여 구분하기도 한다. 개망초와 유사한 풀로 망초가 있다. 망초는 꽃의 모양이 종모양이고 개망초보다 아주 작다. 꽃이 피는 시기도 개망초보다 조금 늦은 7~9월에 핀다. 망초는 원줄기 끝에서 가지가 많이 나와 전체적으로 원추형의 꽃차례를 만들지만, 개망초는 위에 올라온 꽃의 높이가 같은 산방형의 꽃차례를 만든다. 또한 개망초와 꽃모양이 유사하여 혼동하기 쉬운 것으로 미국쑥부쟁이, 옹긋나물이 있다. 개망초 중앙부의 꽃은 계란처럼 노랗지만 미국쑥부쟁이는 짙은 자주색이다. 또한 개망초는 5~8월에 피지만 미국쑥부쟁이와 옹긋나물은 9~10월에 핀다.



#꽃의 전략: 색깔과 향기의 선택

꽃은 벌과 나비 등과 같은 매개자에 의해 수분을 한다. 또한 새, 바람이나 물에 의해 수분을 하는 경우도 있다. 각기 충매화(蟲媒花), 조매화(鳥媒花), 풍매화(風媒花), 수매화(水媒花)라고 한다. 풀꽃류는 대개 충매화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풀꽃은 자신의 수분(受粉=꽃가루받이)을 도와줄 곤충이나 동물에게 관심을 많이 갖는다. 꽃은 자신이 지닌 특유의 향기와 색깔로 새와 벌 등의 생물을 끌어들여 자신의 수분을 돕게 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꽃의 크기와 색깔의 선택은 종족번식을 위한 꽃의 생존전략인 것이다. 봄이 되면 아직 대지에 봄눈이 녹기 바쁘게 꽃대를 피워 올리는 풀꽃들은 낙엽수림의 잎이 피기 전에 수분을 하고 열매를 맺어야 하기 때문에 분주하다. 이런 식물들을 봄살이식물(spring ephemeral)이라 한다. 이들은 꽃이 몸체에 비해 과대하게 크고 색체가 화려하다. 가능한 한 매개자들의 눈에 띄도록 하는 것이다. 바람꽃, 현호색, 복수초, 괭이눈, 냉이꽃 부류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계곡의 얼음과 눈이 녹기 시작할 무렵 서둘러 꽃대를 피워 올린다. 불과 일주일 정도의 기간 안에 수분을 하고 열매를 맺도록 해야 종족을 퍼트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상부의 꽃과 잎이 생존하는 기간은 3~4개월 이내로 짧다. 낙엽수림의 잎이 무성해지면 더 이상 광합성으로 영양을 축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짧은 시간 동안 수분을 도와줄 곤충을 유혹하기에 적합한 향기와 색깔로 그들을 유인해야 한다. 꽃이 선택한 수분의 매개자에 따라 진화해온 나름의 전략이라 할 것이다. 대지에 초록의 풀들이 나오기 전에 피는 꽃은 대개 붉은색과 분홍색 계열이 많다. 그리고 풀들이 돋아나면서 피는 풀꽃은 노란색과 흰색 계열이 많다. 이는 낙엽이나 마른 풀들 사이에서 혹은 초록색의 풀밭에서 매개자인 새와 벌과 나비 등에게 보색대비로 눈길을 끌 수 있는 색깔을 선택한 결과이다. 초봄에 피는 것에 비해 초록이 짙어진 5월에 피는 풀꽃들은 향기도 각기 더 짙어진다. 이 또한 수분의 매개자인 곤충을 유인하는 꽃의 전략이다. 신록이 대지를 뒤덮고 난 계절에 피는 개망초는 꽃의 설상화 부분의 흰색과 중앙부 암술과 수술의 노란색을 함께 갖추고 있다.

꽃들이 한테 어우러진/ 이 고운 자리에/ 꽃처럼 순하고 어여쁜/ 꽃마음으로 오십시오// 있어야 할 제자리에서/ 겸허한 눈길로 생각을 모으다가/ 사람을 만나면/ 환히 웃을 줄도 아는/ 슬기로운 꽃/ 꽃을 닮은 마음으로 오십시오// 꽃 속에 감추어진/ 하늘과 태양과/ 비와 바람의 이야기/ 꿀벌과 나비와 꽃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 꽃이 좋아 밤낮으로/ 꽃을 만지는 이들의 이야기// 그 이야기를 들으며/ 기쁨을 나누는 우리의 시간도/ 향기로운 꽃으로 피어날 수 있도록/ 기다림의 꽃마음으로 오십시오// 열매 위한 아픔을 겪어/ 더욱 곱게 빛나는/ 꽃마음으로 오십시오// (꽃마음으로 오십시요 / 이해인)

칼럼니스트 hysong@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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