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왕실의 거울, 동궁과 월지에 가다
신라 왕실의 거울, 동궁과 월지에 가다
  • 승인 2018.06.07 19: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주경찰서 생활안전계 순경 박재식
박재식 경주경찰서
생활안전계 순경
경주로 발령받아 생활한 지도 2년이 지났지만 경주에 여행을 오는 친구들이 유적지, 맛집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하면 한 번도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인터넷 블로그를 검색하던 나의 모습을 보며 “경주에 근무하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데, 난 아직 뭘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하는 자책을 하곤 하였다. 이런 내 마음과 통했던 것인지 경주의 다양한 문화유적지를 둘러보면서 주변 맛집에서 밥도 먹는 ‘경주경찰서 문화탐방동아리’가 생기고 올해 2월 경주향교를 시작으로 경주국립박물관, 첨성대, 오릉 등을 돌아봤다. 5월의 마지막 날, 경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인 동궁과 월지로 여행을 떠났다.

동궁과 월지(사적 제18호)는 신라 왕궁의 별궁과 연못으로 신라 제 30대왕인 문무왕이 삼국을 통일한 후 강한 국력과 전쟁의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일환으로 지은 것이다. 1980년대 ‘월지’라는 글자가 새겨진 토기파편이 발굴되면서 ‘달이 비치는 연못’이란 뜻의 ‘월지’라고 불리기 전까지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기러기 안(雁)자와 오리 압(鴨)자를 써서 ‘안압지’로 불리워진 곳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3개의 건물과 연못이 가장 먼저 우리를 반겨준다.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제1호 건물은 건물 아래에 제기(祭器)와 그릇들이 많이 출토되어 용황에게 제사를 지내 신당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가운데 있는 전체 건물 중에 가장 크고 웅장한 건물인 제3호 건물은 ‘바다에 임해있는 궁전’이라는 뜻으로 임해전이라고도 하며, 자신의 무덤조차 바다에 둘 정도로 바다를 사랑하는 문무대왕의 뜻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임해전지라고도 불리는 월지는 인공연못임에도 물을 끌어들이는 입수 장치나 배수구 시설을 설치하여 물이 흐르도록 했다. 그렇게 큰 규모가 아님에도(가로세로 약 200m 총 둘레 1000m) 가장자리에 굴곡을 만들어 어느 곳에서 바라보아도 연못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도록 해 좁은 연못을 넓은 바다처럼 느껴지도록 하여 넓은 바다를 연못에 담아내고자 했던 신라인 지혜를 느낄 수 있었으며, 굴곡져 아스라이 이어지는 풍경은 하나의 예술작품을 보는 것 같았다.

동궁과 월지에서는 다양한 유물들이 출토되었는데 귀면와(鬼面瓦)와 금동가위, 유리공예품, 금동불상 등 3만 여점의 유물들은 신라시대를 연구하는데 매우 귀중한 자료이며, 그 중에서 주령구(약 5cm의 참나무로 만들어진 14면체 주사위로 각 면에는 러브샷, 세 잔을 한 번에 마시기 등 다양한 벌칙이 적혀 있는 놀이기구)와 목선은 풍류를 즐길 줄 알고 유머러스한 신라인들의 삶의 모습을 사슴, 기러기, 낙타 등 희귀한 동물의 뼈는 외국과 교류를 활발히 펼쳐나갔던 신라인들의 기상과 뛰어난 항해술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렇듯 동궁에 담긴 의미와 월지에서 발견된 유물들을 보고 있자니 동궁과 월지는 천년 신라를 담고 있는 작은 바다이며, 통일신라를 비추는 거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밝은 달빛을 조명삼아 월정교가 아름답게 비치는 카페에서 과거 신라인들의 삶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