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향기
유년의 향기
  • 승인 2018.05.13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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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국




한잔 초록빛 봄을 마신다

봄이 다녀간 들판에 솟아오르는 향기

쑥 동백 목련 개나리꽃차를 마신다

봄은 연한 연둣빛



텃밭 방울토마토 그늘이 아득하다

폭신한 반원에 매어있는 방울토마토 그늘

텃밭에 딛고 있는 자리는 어딘가에 모아두었던

찻잔에 담긴 유년의 추억 한 토막

바람을 끌어다가 줄기마다 매달아놓은 빈 원들이

막 차오르는 것

내 가슴이 작은 원을 그릴 때마다

커다란 힘으로 그 자리를 닦아두는 것이다



아득한 물관 열어놓고

부드러운 힘에서 딱딱한 힘으로 솟구치는 부력

나는 헌책 마지막 페이지에 웅크린 저 남루한

유년의 향기를 마시는 것이다



◇제왕국=경남 통영 출신

시민문학협회 자문직

한국문인협회, 경남문인협회 활동

시집 <나의 빛깔>, <가진 것 없어도> 등



<해설> 연둣빛 연한 꽃차를 마시는 다도의 즐거움은 생의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봄이면 그 연한 연둣빛에 취하면 금방 핀 꽃차를 달임으로 마시는 금장옥액의 정취가 유련하다.

화자는 텃밭 하나 만들어놓고 주말이면 달려가는 즐거운 생의 달콤한 여유 속에 지난 유년은 비록 남루하였으나, 그 향기는 진득했으리라. 찻잔마다 화자의 유년이 고스란히 담겨있고 토마토 그늘처럼 폭신한 언어들로 중추를 이루며 각각의 단어들 의미망이 확장되어 울려오는 심미적 아름다움이 짙게 빛나고 있다.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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