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섬이 된 대구와 경북에도 변화의 싹은 텄다
외딴 섬이 된 대구와 경북에도 변화의 싹은 텄다
  • 승인 2018.05.0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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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환 (부국장)



6.13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대구와 경북 민들은 이번 선거에서도 ‘미워도 다시 한 번’을 선택했다. 이번 선거에서 우리나라 전체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대구와 경북, 제주도를 제외한 14개 지역에서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 소속의 후보가 당선됐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제외하고는 대구와 경북에서만 보수 야당인 자유한국당 후보 2명이 살아남았다. 선거는 국민들의 민심의 향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사실상 대구와 경북이 외형상으로는 우리나라 정치 지형도에서 외딴 섬이 된 셈이다.

보수성향이 강한 대구와 경북은 현 정부에서 내 놓은 자식 취급을 받고 있는 터라 이번 선거 결과는 어쩌면 필연적 산물인지도 모른다. 조금 어색하고 불편한 변화를 두려워하는 지역민들의 정서가 만든 독특한 문화 탓도 큰 것 같다. 앞으로가 걱정이다. 그토록 믿고 지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점점 더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어 향후 대구와 경북을 대변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어 줄 수 있을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그동안 ‘공천=당선’이라는 등식이 성립 될 만큼 대구와 경북 민들은 보수정당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진보 정당으로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소외받는다고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변화는 선택하지 못했다.

필자는 지난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솔개의 선택(2017년 6월 28일자)’이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이 칼럼에선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대구와 경북을 대변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지역에서도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다양한 정당의 경쟁구도가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했었다.

이번 선거에선 대구와 경북에서도 이런 변화의 흐름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 조사나 지표에서 대구와 경북의 민심이 인물을 선택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정당 지지율에서도 진보정당의 지지율이 역대 최고치다.

이번 선거에서 낙선했지만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 임대윤 대구시장 후보의 지지율이 40%에 육박했다.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여당과 진보정당 후보들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경북지역에선 사상 처음으로 구미시장 선거에서 진보정당인 더불어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이 연출됐다.

이번 선거에선 이런 흐름이 완전하게 뿌리를 내리지는 못했지만 바닥민심이 변화하고 있는 것을 보여줬다. 아울러 자유한국당에게는 경고의 메시지가 선거 결과에 담겨져 있다. 대구와 경북 민들이 자유한국당에게 준 마지막 기회인 것 같다. 이 기회마저 놓치면 ‘이제는 바꿔보자’는 변화의 심판이 다가올 수 도 있다. 앞으로 2년여 남은 국회의원 선거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 등 돌린 민심도 솔개의 선택과 같은 뼈를 깎는 노력을 한다면 언제든지 되돌릴 수 있다. 정치가 생물인 것처럼 여론도 생물이기 때문이다.

이는 보수 정당 쪽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민들은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 민주당 김부겸· 홍의락 의원(당시 무소속)에게 뜨거운 성원을 보냈다. 하지만 2년여 동안 두 국회의원이 지역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뛰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줬는지는 의문이다. 홍 의원(더불어 민주당 TK특별위원장)은 지난달 10일 대구시와 지역 국회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시청에서 가진 예산정책협의회 자리에서 대구와 경북이 홀대받는 이유를 지역 정서 탓이라고 질타했다고 한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정부의 추경예산 편성에서 대구와 경북 보다 상대적으로 인구분포도에서 절반밖에 안 되는 광주와 전남의 추경예산 지원액이 무려 4배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결과를 지켜보는 지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할 까. 여당과 진보정당 역시 가슴을 열기 시작한 민심을 확실하게 잡으려면 정서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지역발전을 위해 일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지역민들은 보수정당에게는 마지막 기회를, 진보정당에게는 싹을 틔울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현명한 선택을 했다. 이렇듯 요동치고 있는 지역민심의 향배는 2년 후 총선에선 어떻게 나타날까. 이제는 지역에서도 다양한 정당이 경쟁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된 만큼 지역의 민의를 대변하고 미래성장동력을 만드는데 앞장 서 대안을 제시하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지역민들도 선택한 정당과 정치인들이 지역을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따져보고 다음 선거에서 반드시 투표로 민심을 반영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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