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것을 믿고 좋아한다(信而好古)
옛것을 믿고 좋아한다(信而好古)
  • 승인 2018.07.0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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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 중리초등교장


교직에서 교장으로 정년을 마친 동료 2명이 얼마 전 청송군 진보에 있는 모초등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1개월 근무를 하였다. 1명은 학급담임을 맡았고 1명은 과학 전담교사를 하였단다. 아직도 경북에서는 기간제 교사를 구하지 못해서 교육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 학교의 공고를 보고 두 사람은 마음의 뜻을 모아 기간제 교사를 희망하였다고 한다.

과학 전담을 맡은 동료는 대구시교육청에서 장학사로 근무하고 시내 교장으로 정년퇴임한 사람이고, 담임을 맡은 동료도 대구시내에서는 인성교육을 열성적으로 실천한 이름난 교장이었다.

그곳의 모초등학교는 과학실은 아주 멋지게 꾸며져 있었는데 교사를 구하지 못해 수업을 못했다고 한다. 오랜만에 과학실에서 아직도 뜯지 않은 새로운 실험 자료들을 만지면서 4학년 20여명의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하니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하더란다. 걸핏하면 아프다고 학교에 결석하던 학생까지도 과학실험이 재미있어 결석하는 일이 없어졌고 등교하면 과학실부터 들러서 교실로 가더란다. 가르침이 매일매일 보람 있고 즐거웠단다.

공자는 ‘술이부작(述而不作) 신이호고(信而好古) 절비어아노팽(竊比於我老彭)’이라 하였다. ‘나는 옛사람의 도를 서술하였을 따름이지 새로운 것을 지어낸 것은 아니다. 나는 옛것을 믿고 좋아한다. 마음 깊이 은(상)나라의 노팽을 본받고자 하는 것이다.’는 뜻이다. 노팽은 이름이 노담(老聃)인 노자를 말한다.

사마천의 사기에 공자가 노자를 만난 이야기가 나온다.

노자는 공자에게 “뛰어난 장사치는 가진 것을 깊이 감추어 두어 겉으로 보기에는 마치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듯 행동하고, 덕이 가득한 군자 또한 그의 겉모습은 늘 어리석고 모자란 듯하오. 그런데 그대(공자)의 모습에는 교만함과 욕심과 훌륭함을 가장하는 태도가 가득하오. 덕은 그대(공자)가 갖고 싶다고 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요. 그런 것은 그대(공자)의 마음과 행동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오.”하고 일러주었다.

공자를 전송하러 나와서는 “총명하고 통찰력이 깊으면서 죽음의 위험에 직면하게 되는 사람은 남을 너무 지나치게 비판하기 때문이오. 말을 잘하고 박식하면서도 그 몸을 위태롭게 처신하는 사람은 남의 약점을 쉽게 폭로하기 때문이오.”하고 또 일깨어 주었다.

노자의 이 말은 춘추시대 세속의 성공을 끊임없이 추구하였던 공자에게는 가슴깊이 와 닿는 충고였다. 공자는 제자들에게 노자와의 만남을 마치 용을 만난듯하다고 하였다.

춘추시대 인의(仁義)를 말하는 공자의 말은 모두 신기했다. 그 신기한 말들이 모두 공자의 창작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경향이 많았다. 그런데 공자는 ‘술이부작(述而不作)’이라 했다. 예부터 전해진 일을 부연해서 후세에 전하는 ‘술(述)’을 한 것이지, 결코 창작한 것은 아닌 ‘부작(不作)’이라 했다. 공자의 겸손함이 묻어있는 말이다.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에도 술이부작(述而不作)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 책은 조선시대 이긍익이 쓴 역사적 기록인 사서(史書)이다. 이긍익의 호는 연려실(燃藜室)이다. 한자어 그대로 ‘명아주를 태운 방’이라는 뜻이다. 명아주는 밭에 자라는 한해살이 풀이다. 이긍익은 ‘명아주를 태운 방’에서 창작하지 않고 자료만을 나열하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진정 학자다운 말이다.

요즘의 학자 같았으면 어땠을까? ‘예부터 전해지는 것이 아니고 내가 창작했다.’고 어깨에 힘을 주고 ‘작이불술(作而不述)’의 궤변을 늘어놓았을 것이다.

옛사람의 도를 서술하였지 새로운 것을 지어낸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모두 ‘신이호고(信而好古)’했다. ‘옛것을 믿고 좋아했다.’는 점이다.

동료 2명도 교직에서 생긴 교육관을 살려 실천해보고자 할 따름이었지, 새롭게 창조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으리라. 두 사람은 옛것을 믿고, 좋아하였던 가르침을 베풀고 싶은 마음뿐이었을 것이다.

지난 5월 가르침을 받았던 학생들에게서 많은 편지와 문자를 받았던 송준각, 정병재 전임교장의 이야기이다. 이야기를 듣던 예임회원들도 모두 “대단한 교육자들이다.”고 말했다. 시골학교에 교장 3명이 모였으니 남다른 학교 경영이 되었으리라. 옛것을 믿고 좋아한 것도 부럽지만, 언제까지나 아이들을 좋아하는 두 사람이 마냥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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