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폐공간 질식, 보이지 않는 살인자
밀폐공간 질식, 보이지 않는 살인자
  • 승인 2018.07.0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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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용석-안전보건공단대구직업건강부장
마용석 (안전보건공단 대구본부 직업건강부장)



영화 ‘살인의 추억’을 본 적이 있는가? 영화 속 연쇄살인마에 의한 첫 번째 피해자는 논밭 옆 하수관 안에서 발견된다. 공교롭게도 하수관은 산소가 부족하여 질식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은 밀폐공간이기도 하다. 연쇄살인마와 질식 사망 위험이 있는 밀폐공간, 어찌보면 연관이 전혀 없을 듯 한 두 단어이지만 이들은 긴 시간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밀폐공간’이란 무엇일까? ‘밀폐’라는 단어는 단순히 풀이하면 샐 틈이 없이 꼭 막거나 닫았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우리들의 일터와 생활 속에서의 밀폐공간은 막힌 공간이 아니라 산소가 부족하거나 황화수소 등 유해가스로 인하여 질식 위험이 있는 장소를 의미한다.

우리가 숨쉬고 있는 공기는 주로 질소와 산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중 산소가 약 21%를 차지한다. 만약 산소가 부족하거나 산소가 없는 밀폐공간의 공기를 들이마시면 뇌에 산소를 공급하기는 커녕 뇌 속의 산소가 순식간에 빠져나가 한두번의 호흡으로 순간적으로 실신하게 되고, 5분 이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날씨가 더워져 기온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여름철 특별히 산소가 부족한 곳이 있다. 오폐수 처리시설, 양돈농가 정화조, 하수관 정비공사, 맨홀과 같은 공기가 잘 통하지 않는 작업공간이다. 이러한 곳은 평소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기온이 높아짐에 따라 미생물 번식이 늘고 장마나 집중호우로 유기물이 부패하여 갑자기 산소가 부족한 장소로 돌변하는 경우가 많다. 질소와 같은 불활성 가스를 채워 놓은 설비도 주의가 필요한 공간이다. 독성이 없는 가스라도 산소를 밀어내기 때문에 질식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장소에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불어 넣어 환기를 시키지 않고 호흡용 보호장비 없이 들어가는 것은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격이다. 산소가 없는 공간은 쓰러진 동료를 구하러 들어간 근로자까지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산소가 부족한 밀폐공간이 ‘보이지 않는 살인자’로 표현되는 이유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대구 경북지역에 이와 비슷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해 경북 군위에서 양돈농장 집수조 내부 청소를 하던 중 유해가스인 황화수소에 중독되어 작업자가 쓰러졌다. 이를 본 동료 근로자가 쓰러진 작업자를 구하러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집수조 안으로 들어갔다가 역시 쓰러져 2명 모두 목숨을 잃었다. 최근에는 경산에서 탱크 내부 청소 작업을 하기 위해 들어간 근로자가 탱크 내부에 산소가 부족하여 질식으로 목숨을 잃었다. 밀폐공간 질식재해는 이처럼 사망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에 더 많은 주의가 요구된다.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일터에서 93명이 질식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20명 가까이가 소중한 생명을 잃은 셈이다. 모든 사고는 막을 수 없다. 그러나 질식사고와 같은 나쁜 사고는 충분히 막을 수 있고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렇다면 밀폐공간에서의 질식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질식사고의 위험이 있는 밀폐공간을 파악하여 작업자가 쉽게 볼 수 있도록 위험 경고표지를 설치하고, 평소에는 잠금장치 등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 들어갈 일이 있으면 산소 농도가 정상으로 될 때까지 미리 환기를 충분히 시키고 반드시 산소농도를 확인한 후에 들어가거나 소방관처럼 공기호흡기를 메고 들어가야 한다.

불볕 더위와 높은 불쾌지수로 몸과 마음의 긴장이 늦춰지기 쉬운 7월이다. 일터와 주변의 안전을 각별히 살펴야 할 때이다. 올해 51번째를 맞는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 대구경북 지역행사가 7월 12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다. ‘생명을 지키는 안전보건, 사람이 우선인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 아래 기념식과 산업안전보건 정보 공유를 위한 세미나가 마련된다.

산소가 인간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소인 것처럼 안전은 행복한 삶을 위한 기본 조건이다. 금번 강조주간 행사를 통해 질식 사망사고를 줄이고 일터와 우리사회에 신선한 안전보건 바람을 불어넣는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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