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원구성 규정, 의원들이 만들어 놓고…
국회 원구성 규정, 의원들이 만들어 놓고…
  • 승인 2018.07.1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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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그릇 싸움’ 하다 한 번도 지킨적 없어
2년마다 되풀이되는 ‘공백’
기능 마비에 외교적 결례도
제20대 후반기 국회가 13일 의장단을 선출하는 것으로 공식 출범한다.

여야가 지난 10일 후반기 원구성에 합의함으로써 지난 5월 30일부터 40일 넘게 이어져온 국회 공백 사태가 비로소 해소되는 셈이다.

법 규정대로라면 20대 국회는 정세균 전 의장의 임기 만료(5월 29일)에 앞서 지난 5월 24일 차기 의장단을 선출한 뒤 같은 달 29일 각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선출하고 공백 없이 후반기로 접어들었어야 했다.

국회법 제15조 2항에 따르면 국회는 총선거 후 첫 집회일에 2년 임기의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해야 하며, 후반기 의장단 선거는 전반기 의장단의 임기만료일 5일 전에 치러야 한다.

2년 임기인 상임위원 역시 임기만료일 3일 전까지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이 의장에게 선임을 요청해야 하며, 상임위원장은 전임 상임위원장의 임기만료일까지 선거를 통해 뽑아야 한다.

원구성 협상 지연으로 매번 되풀이되는 국회 공백 사태를 막기 위해 지난 1994년 제14대 국회에서 이런 규정이 신설됐지만, 지금까지 의원들이 이 규정을 제대로 지킨 적은 한 번도 없다.

알짜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정당 간 밥그릇 싸움이 벌어지는 데다 정국 현안을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 과정에서 원구성이 협상의 수단으로 전락하기도 하면서 2년마다 국회 공백 사태가 되풀이됐다.

국회입법조사처 전진영 입법조사관의 ‘국회 원구성 과정의 특징과 문제점’ 보고서에 따르면 원구성이 완료되는 데 걸리는 기간이 길어진 것은 정당 간 협상을 통한 원구성 관행이 확립된 제13대 국회 이후다.

제13대 국회부터 제19대 국회 전반기까지 전·후반기 임기 개시 후 원구성이 완료되는 데에는 평균 43.5일이 걸렸다. 원 구성 협상 지연에 따라 국회의장 자리는 평균 24일가량 공석으로 방치됐다.

특히 1992년 출범한 제14대 국회는 지방자치단체장선거 실시 시기를 놓고 여야가 대립하면서 전반기 원구성을 완료하는 데 무려 125일 걸렸다. 첫 임시회는 그해 6월 29일 소집됐지만, 민주당과 통일국민당의 상임위원 선임 거부로 민주자유당과 무소속의원만이 상임위원 선임을 7월 7일 완료했고, 민주당과 통일국민당은 10월 2일에야 상임위원을 선임하고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1998년 15대 국회 후반기에는 김종필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을 둘러싼 여야의 냉전이 길어지면서 무려 65일간 국회의장이 공석인 사태가 빚어졌다. 역대 최장의 의장 공석 기록이다.

제18대 국회가 출범한 2008년에는 한미쇠고기협정 파동에 따른 촛불집회 정국으로 여야 대립이 장기화하면서 의장직 공석 사태가 41일간 이어졌고, 원구성을 마무리하는 데에는 88일이 걸렸다.

원구성 지연에 따라 반복되는 국회 공백 사태는 법을 제정하고 행정부를 감독하는 국회 기능의 마비를 불러일으킨다.

국가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의 부재는 국가공식행사의 의전에 차질을 초래한다. 또 외국사절단의 국회 방문 때는 외교적 결례로도 이어진다. 일례로 1998년 제15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이 지연되면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국회 예방이 무산된 적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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