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公約)
공약(公約)
  • 승인 2018.07.18 21: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복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지방자치
연구소장
습관은 제2의 천성으로 타고 난 성격과 자주 비유된다. 나는 좋지 못한 버릇이 있다. 공적인 일에는 익숙해 있지만 사적인 약속을 어기는 경우가 더러 있다. 좀 일찍 가서 기다리지 못하고 늘 시간을 잰다. 자괴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제는 약속 시간보다 20분 앞 당겨 알람을 해 놓는다. 그래도 시간 계산 버릇은 여전하다.

한참 지난 젊었을 때 일이지만 시간문제로 창피를 크게 당한 기억이 있다. 직장에서 가족과 함께 가는 여행이 있었다. 나름 일찍 집결지에 갔지만 버스는 5분전에 떠났다고 했다. 잡은 택시를 그대로 탄체 행선지인 경주 길로 가자고 했다. 가다보면 일행이 탄 버스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고속도로가 안 된 때라 목적지를 절반 가까이 남긴 곳에서 학교버스를 만나긴 했지만 택시비용이 아깝기는커녕 부끄러움을 당했다. 차 안 사람들이 박수를 쳐 주는데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고 무엇보다 아내 볼 낯이 없었다. 그 후에도 시간관념은 여전했다. 늦었지만 노쇼문화가 개선·정착되어 가는 것이 다행스럽다. 식당·미용실 등 웬만한 업소에서는 예약 손님만 받는다. 약속문화가 정착되면 누구나 그 환경에 동화되기 마련이다. 개인 간의 약속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사법이고 국가기관과 국민간의 관계를 유지하는 장치로 공법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까지 시간당 1만원의 최저임금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면서 사과를 했다. 공약은 선거 때 정부나 정당·입후보자가 선거 민에게 한 약속으로 법적 강제성은 없다. 문대통령의 대선공약은 분야별로 매우 많다. 이번 대통령의 최저임금 불이행 사과가 누구에게 한 것인지 의아심이 든다. 최저임금 상승은 저소득 노동자를 위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 혜택을 받을 노동자들이 크게 반기지 않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측은 문재인 정부와 대형 노동단체다. 이번 대통령의 사과는 정부정책에 큰 힘을 보태고 있는 양대 노총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로만 들린다. 대통령 공약의 실제 수혜자인 소규모 업체의 노동자는 덤덤하고 그들을 고용하는 소상공인들은 턱없는 인건비 상승으로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우리는 역대정부에서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약속한 공약을 완전 지키는 것을 보지 못했다. 선거 때 한 공약은 지나가는 바람과 같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에 목을 매고 있다. 좋게 봐야 할까. 이 정부의 대통령 공약은 적폐청산과 궤를 같이 하면서 행해지고 있다. 남북관계도 그 중의 하나다. 짧은 기간에 북과의 관계에 많은 변화가 오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그의 정치적 철학으로 공약과 연계지울 수 있다. 대통령은 입만 떼면 남북관계가 잘 돼 가고 있다고 하는데 북미회담의 진전을 보는 국민들은 갈피를 못 잡는다. 변화가 오는 것 같은데 실체를 찾기 어렵다. 국민들은 정부를 믿어야 하고 정부는 국민들에게 신뢰를 줘야 정상적인 공공관계가 유지된다.

과거 것을 적폐로 몰고 행해지는 정책이나 결과물이 석연치 않고 신뢰성이 없어 보일 때가 있어 답답할 때가 있다. 탈북여종업원이 자율적으로 남한으로 온 것으로 믿고 있었는데 엊그제 방송에서 군정보사가 주도하고 국정원이 차후 개입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을 보고 정말 황당했다. 북한이 기획탈북이라고 계속 주장해 온 내용인데 국민들은 어느 말을 믿어야 할지 오리무중이요 암중모색이다. 확실한 근거를 바탕으로 국민들의 의문을 풀어주는 것은 정부의 도리다. 공공관계가 흔들리면 국민들의 마음은 정부를 떠난다. 춤추는 대통령의 인기도나 감성 정치행정은 그리 중요치 않다. 선거 때가 아니더라도 국회의원이 국민에게 한 약속은 공약이다.

최근 한 여당의원이 공약을 깔아뭉개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것을 보고 입맛이 싹 갔다. 미투 바람이 한창 불 때 그는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의 폭로가 있자 바로 국회의원직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깨끗하게 보였다. 그런 그가 두어 달이 지난 후 사퇴를 번복하더니 이번에는 국회상임위원회 위원장이 되었다. 밀어준 국회의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분명히 보인다. 이것이 한국의 정치다. 정치행정의 환경변화는 언제나 있는 것이다. 못 지킬 공약도 있다. 공약을 꼭 지키겠다는 것은 정치인의 오만이고 욕심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