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이크로 부각시킨 주변풍경 목소리
모자이크로 부각시킨 주변풍경 목소리
  • 황인옥
  • 승인 2018.07.26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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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산문화회관 기획 아트스타 정지현展

농부·시골·시위현장…

주변부 낯설게 클로즈업

한지에 목탄 스케치

묘사보다 감성에 집중
봉산-2018 HCA5
정지현 작 ‘그 사람들-ver2’.


누군가는 시골이 도시보다 좋은 이유를 꼽기 위해 밤을 새워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또 누군가는 시골보다 도시가 좋은 이유가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미술이라는 분야에서 도시와 시골을 비교하면 도시의 경쟁력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현대라는 단어에 암묵적으로 도시적이라는 의미가 덧입혀졌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현대미술 작가 정지현이 자신의 위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도시와 시골이 중요 화두로 떠올랐다. 2016년이었다. 당시 그는 서울과 주변부라는 이분법적 분류로 따져 봐도 스스로 화려한 도시의 중심에서 비껴 있다는 자책이 들었고, 대구 작가라고 하기에도 시골출신이라는 성분이 밟혔다.

그러면서 ‘현대미술은 도시미술’이라는 하나의 큰 지류 앞에서 뼛속까지 도회적인 작가들과 경쟁할 자신에 대한 연민이 커져갔다. 정체성 찾기와 굳히기의 출발선에 선 것이었다. “제가 최첨단의 작가들보다 앞설 수 있는 작업을 할 때 경쟁력이 있겠다 싶었죠. 그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오래 했어요.”

작가가 도시인의 신분(?)을 획득한 것은 대학을 진학하면서다. 그는 시골에서 고등학교까지 성장했다. 그래서인지 중심보다 주변, 도시보다 시골이 익숙했다.

무엇을 그려야 최첨단 작가들과 차별화되면서도 경쟁력이 있을까를 고민하던 시기에 과수원에서 일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면서 시골농부로 살고 있는 친구들의 삶도 보였다. 시골 노동자의 일상을 담은 ‘그 사람들’ 연작의 탄생이었다.

최근 전시를 시작한 봉산문화회관 전시장에 걸린 그림들 중 일부는 사뭇 과격하다. 다수의 시위현장 그림들이 그렇다. 그가 입술을 깨물며 “‘시위’는 꼭 다뤄보고 싶은 주제였다”고 했다. 영감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왔다. 신문에서 우연히 본 보도사진이었다. ‘그 사람들’ 연작 ver 2는 시위현장을 찍은 보도사진이 기초가 됐다.

“모자이크로 중요한 부위를 가린 보도사진에 확 꽂혔죠. 모자이크가 이미지를 오염시켜서 희화적으로 보였고, 그것이 사람들의 상상력을 더 크게 자극하는 것 같았어요.”

당시 그를 강렬하게 잡아끈 것은 모자이크 자체보다 그 이면에 가려진 진실이었다. “모자이크는 개인이 아니라 집단의 왜곡된 시선과 편파적인 언론, 사회적인 편견에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위현장 하면 화염병과 구호가 적힌 피켓이나 현수막이 등장한다. 그러나 작가가 그린 시위현장에는 돌과 농장물이 그것을 대신한다. 농작물을 던지거나 돌을 나르는 행위가 무겁게 표현돼 있다. 농부들의 시위현장이라는 것이 쉽게 드러난다. “보도사진이나 인터넷에서 캡처한 농부들의 시위 사진에 모자이크를 활용해 문제의식을 더욱 부각하죠.”

작품은 1인칭이나 3인칭 시점으로 표현된다. 작가가 직접 등장하는 숲속 풍경이나 일반 대중이 주인공인 피서철 풍경 등이 그렇다. 이 작품들 역시 어느 시기의 보도사진을 활용한다. 살아오면서 어느 시점에 강렬하게 각인된 특정 장소에 대한 작가의 단상이 보도사진에 오버랩하는 것. 그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보도사진은 사건 중심이며, 대개 행위주체의 시각보다 객체의 시각에서 다뤄질 때가 많았요. 예컨데 농산물 폭등이나 폭락을 다루면서 도시인의 시각을 반영하는 식이죠. 저는 그에 반해 행위 주체의 시각에 집중하죠.” 그것이 곧 작가에게는 시위를 하는 사람, 즉 농부나 피서를 즐기는 도시인이 해당된다.

재료는 한지에 목탄. 작업은 묘사보다 감성에 치중한다. 소재 또한 농부나 시위현장, 휴가현장 등 주변풍경이다. 세련된 도시, 화려한 사람보다 일상 주변 사람과 풍경이 중심 대상이 된다. 이는 시골, 주변부 작가가 가지는 정체성이자 그가 선택한 차별화 전략이다.      

“거창하지 않은 것들, 사회적으로 아무 일 아닐 수 있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큰 일일 수 있어요. 그런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투박한 감성으로 툭툭 던져보고 있어요.”

봉산문화회관 기획 ‘Hello! Contemporarty Art’의 ‘유리상자-아트스타 11년 설치미술로부터’전에 참여하는 1전시실 정지현 전시는 8월 11일까지. 053-661-3500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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