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레슬러 몸짓서 탄생한 부드럽고 강렬한 획…서예가 쌍산 김동욱
전직 레슬러 몸짓서 탄생한 부드럽고 강렬한 획…서예가 쌍산 김동욱
  • 황인옥
  • 승인 2018.07.29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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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시청팀 프로선수 출신

흔들리는 잎 본뜬 풍죽체 개발

고목 가지로 만든 30㎏ 붓 사용

“현대는 물질중심주의 혼란기

정신적인 예술 서예 지켜가야”

올해 한국지식인협 ‘신지식인’

지드래곤 콘서트 포스터 작업

전국서 100여회 독도수호 활동

사진 모델·방송 활동으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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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산 김동욱이 서예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지난달 18일 쏟아진 수많은 뉴스들 속에서 서예가 쌍산 김동욱(64)의 신지식인 인증 소식에 유독 눈길이 쏠렸다. 진부함으로 치부되는 서예의 이미지가 급반전되는 느낌이었다. 물론 지나친 감상이다. 서예가 전문 예술가나 애호가에 의해 보전되고 있는 전통예술로 치부되는 현실은 미동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김동욱의 신지식인 수상 소식은 전통도 현대적 요소와 결합할 때 미래지향적 부가가치 창출 분야로 새롭게 부각될 수 있다는 희망적 사건으로 다가왔다.

쌍산은 개천절, 독도의 날, 현충일 등의 국가적인 행사에 1천여회의 서예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존재감을 발해 왔다. 특히 독도 수호 현지 행사 23회, 전국 독도수호 서예 퍼포먼스 100여회 참여 등 독도수호 행사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지난달 18일 행정안전부 산하 한국지식인협회 (회장 김종백)가 주최한 제31회 특별 신지식인 인증식 및 문화예술스포츠 봉사단 발대식에서 문화예술서예 퍼포먼스 부분 신지식인으로 이름을 올린 것은 그의 독보적인 행보에 대한 인정이다.

서예는 느린 예술이다. 최소 10여년은 연마해야 한 걸음 뗐다 할 만큼 지난한 수련 과정을 요구한다. 쌍산은 30대 초반에 서예에 입문했다. 대구예술대학교에서 서예를 전공하며 서예와 인연을 맺었다. 늦어도 한 참 늦은 출발이었다. 그가 스스로를 ‘복잡한 놈’이라고 지칭했다. 당시 그에게는 “정신적인 탈출구가 필요했고, 그 탈출구가 서예였다”고 했다.

“학창시절 레슬링 선수로 뛰었어요. 마산시청팀에서 프로선수로도 활약했죠. 레슬링을 할수록 성격도 급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반대급부로 고상한 것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죠.”

서예는 레슬링의 단점을 완화할 대안, 즉 현실적 불가피성으로 선택했다. 그러나 막상 접해보니 생각과 달랐다. 두 분야가 정확히 일치하는 지점이 발견됐다. 그가 ‘마음자세와 기본’을 언급했다.

“레슬링에서 중요한 것은 바른 마음과 기본기죠. 서예 역시 파고들수록 마음과 기본기가 중요했어요. 그 두 가지가 탄탄해야 새로운 창작으로 넓혀갈 수 있죠.”

쌍산하면 풍죽체(風竹體)다. 풍죽체는 바람에 대나무잎이 흔들리는 서체로 쌍산의 독자체다. 대나무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얽히고 설켜서 하나로 녹아드는 모습이 서예와 흡사해 자신의 서체로 완성했다. “10여년을 기본에 매달리다 불현 듯 풍죽체가 모습을 드러냈죠. 영감은 대나무에서 얻었죠.”

서예에 퍼포먼스를 접목한 것은 13년 전부터다. 이 시기부터 작품전시 위주에서 탈피해 퍼포먼스를 병행했다. 퍼포먼스로 방향을 튼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작용했다. 현장에서 글씨를 쓰면서 서예의 장·단점을 관람객들에게 직접 보여주면서 서예에 대한 이해를 높이자는 취지와 예부터 내려오는 전통이 주는 무게에서 조금은 자유로워 지고 싶은 의지가 반영됐다.

“몇 천 년을 엄격한 틀에서 놀았으니 이제는 보다 자유로워 질 때가 됐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서예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이때야말로 일반인들과의 소통에 더 능동적이어야 한다고 봤죠. 그 대안이 퍼포먼스였어요.”

서예 퍼포먼스는 이미 일반화된 장르다. 많은 서예가들이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그들 중에서 쌍산이 신지식인으로 선택된 데에는 단순 경지 이상이라는 의미가 반영돼 있다. 무엇이 다를까? 단초는 그의 전적인 레슬링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서예 퍼포먼스에 레슬링의 흐름을 차용한다. 레슬링의 호흡, 리듬, 기술 등의 삼위일체를 서예 퍼포먼스에 적용한다.

“레슬링할 때의 힘의 강약조절이나 몸의 운율, 호흡을 서예 퍼포먼스에 적용했죠. 제 퍼포먼스가 다른 서예가들에 비해 좀 더 유연하면서도 힘이 있는 것은 레슬링과 관계있죠.”

흰 머리칼을 길게 늘어뜨리고 고목의 가지를 뚝 잘라 만든 듯한 기괴한 모양을 한 붓으로 글씨를 쓰는 그의 모습은 기인에 가깝다. 직접 만든 붓의 무게가 30kg를 웃돈다. 그 큰 붓을 자유자재로 부리기 위해서는 심신수련은 필수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신체나이가 40세라고 호기를 부렸다.

“힘이 없으면 순간으로 폭발하는 에너지를 발산해야 하는 퍼포먼스를 감당할 수 없어요. 평소에 등산과 음식 조절을 하고 있어요.”

서예 퍼포먼스의 매력은 작품의 완성도보다 현장에서의 강렬한 메시지 전달력에 있다. 쌍방향 소통을 통한 교감이다. 그는 이 점에서 독보적이다. 레슬링으로 다져진 다부진 몸을 운율을 가미한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몸놀림으로 승화해, 서예의 메시지를 순간적으로 전달한다. 그의 몸놀림에 관객이 호응하고 관객의 호응이 그의 몸짓에 실리며 작품을 완성해 가는 것이다.

“서예야말로 부드러운 붓으로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르 아니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인간이 하는 가장 심오한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이때 붓을 장악하는 것이 관건인데 그것이 쉽지가 않죠.(웃음)”

그의 퍼포먼스는 전국에 정평이 나있다. 전국의 사진가들로부터 그의 퍼포먼스를 카메라에 담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해 7년여 전부터 사진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다. 작가의 퍼포먼스를 촬영한 사진들이 각종 공모전에서 수상하면서 그는 현재 섭외 1순위의 유명세를 타고 있다.

방송섭외도 숨이 가쁠 정도다. KBS 한국인의 밥상 타이틀 퍼포먼스 참여, VJ 특공대 출연, 가요무대 3회 출연, 6시 내고향 4회 출연, KBS 아침마당 등 수많은 프로그램을 통해 그의 서예 인생과 서예 퍼포먼스가 전파를 탔다.

그 중에서 가장 압권은 지난해 6월 10일의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가수 지드래곤 솔로 콘서트다. 이 콘서트 포스터와 홍보영상에 쌍산의 필체가 사용됐다. 전통 서예와 한류 가수의 콜라보였다. “지드래곤 측으로부터 함께 작업을 해보자는 연락에 왔죠. 처음에는 지드래곤이 누군지 잘 몰라 주위에 알아봤죠. 유명한 한류가수라는 걸 알고 서예를 젊은 층에게, 또한 세계인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다 싶어 수락했어요.”

퍼포먼스 활동은 ‘한국서예 퍼포먼스협회’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이 협회는 2006년에 창립됐다. 쌍산은 창립멤버다. 협회가 꾸려지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 현재까지 총1천300여회 사회공헌 행사와 500여회 재능기부 행사를 협회차원에서 진행했다. 초대회장 이당 양영희와 현 회장 새암 김지영 그리고 상임고문 쌍산 김동욱을 중심으로 총회원 27명, 명예회원 5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양정모도 명예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현대 사회를 혼란기라고 진단했다. 물질이 정신을 잠식한다는 측면에서의 진단이었다. 서예가 외면받는 작금의 현실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했다. 그러나 미래 서예의 운명을 묻는 질문에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부드러운 붓으로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심오한 서예야말로 사회가 안정기에 접어들면 다시 찾을 수밖에 없는 예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예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는 하지만 심오함으로는 최고에요. 정신적인 것을 추구하는 시대가 오면 다시 찾게 될 분야죠. 그때까지 우리가 서예를 지켜가야 하지 않겠어요? 그런 의무감과 자부심으로 서예를 하고 있어요.”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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