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
대설
  • 승인 2018.08.05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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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으러 가끔 들르던 사내의 조문을 갔네

2급 청각장애를 가진 이십 대 아들과

몸집 작은 고등학생 딸이 펑펑 울고 있네

평생 막걸리로 그을린 사내 얼굴이

무겁게 가라앉고 있네

막노동으로 떠돌던 젊은 날

기침소리 한숨소리 내뱉고 싶던 거친 소리

죽어서야 혼신을 다해 살아나오네

문상객 뜸한 장례식장

남편이 잠시 일이라도 나간 줄 아는지

보청기를 끼고도 세상 소리 들을 수 없는

아내가 히죽히죽 웃고 있네

밥 한 그릇 너머로 식구들 얼굴 뒤뚱거리네

먹먹한 내 울음에게 자꾸 술을 권하네

봄은 아직 멀었네



◇이미령= 경북 상주 출생. 2014년 시집 ‘문’으로 등단.



<해설> 이 시 어디에도 폭설이 왔다는 말은 없다. 하지만 마지막 행 ‘봄은 아직 멀었네’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하긴 장애인 집안에서는 늘 대설주의보가 내린 것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그들에게는 사계절 모두 눈 오는 날이었으리라. 그래도 꿈을 잃지 않는 삶의 자장은 크다.

어느 막노동자의 초상 문상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남편이 죽었는데도 히죽히죽 웃고 있는 망자의 아내 얼굴에서 화자는 생의 회한을 깊게 느꼈으리라. 비장미가 출렁거린다. -제왕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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