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식탁예절
<대구논단> 식탁예절
  • 승인 2010.01.3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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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규 (대구보건대학 안경광학과 교수)

살아가면서 즐길 수 있는 몇 가지 낙(樂)을 꼽자면 보는 것, 듣는 것, 직접 몸으로 체험하는 것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뭐니 뭐니 해도 최고의 낙으로 먹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다.

얼마 전에 TV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해 몸짱 연예인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연기자 한 명을 만났는데 자기 몸 관리 때문에 지방출장을 갈 때도 다이어트식단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고 먹는 음식의 종류도 너무 제한적이라 몸매는 부럽기도 했지만 식사모습이 너무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요즘 젊은 여성들 중에는 체형관리 때문에 맘껏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주변에도 많이 있는 것 같다. 무엇을 먹느냐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먹는 문제만큼은 모든 사람에게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인지라 여러 사람이 함께 음식을 먹을 때도 지켜야 할 예절이 있다. 내 딸아이는 왼손을 주로 많이 사용하는데 글도 왼손으로 적고, 그림도 왼손으로 그리며, 무엇인가를 만들기 위해 가위질을 할 때도 왼손으로 한다. 좁은 식탁에서 식구들과 식사를 하다보면 딸 아이 왼손과 내 오른손 팔꿈치가 부딪힐 때가 많아 종종 불편을 느낀다.

먹고 마시는 일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절대적인 요건이기 때문에 예절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밥 먹는데 무슨 예절타령이냐고 옛날 사람 취급을 받을지 모르겠지만 고금을 막론하고 비록 음식의 형태와 종류는 달라졌더라도 식탁 예절은 옛날과 현대가 다르지 않다.

사람이 태어나서 제일 먼저 배우는 것이 음식 예절이므로 그 사람이 음식을 먹고 마시는 모습을 보면 다른 생활 예절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근래에는 우리의 고유음식, 중국음식, 서양음식, 일본음식, 기타 인스턴트 등이 혼재되고 있어 식탁 예절도 음식 종류에 따라 약간씩 달라지고 있지만 식탁 예절의 기본은 나라나 민족에 따라 결코 크게 다르지 않다.

기본적으로 식사 전에는 위생상 이유뿐만 아니라, 마음의 안정과 경건한 태도를 위해서도 손을 씻는 것이 좋고, 식사 전에 건네주는 물수건은 손만 닦아야 한다. 얼굴이나 머리를 닦는 사람도 있는데, 보기에도 흉하고 비위생적일 뿐 아니라 남에게도 큰 실례가 된다.

식사를 위해 자리를 잡으면 몸치장을 단정히 하고 자세를 바르게 해야 하며 윗사람과 함께 음식을 들거나 여러 사람이 회식할 때에는 윗사람이 수저를 든 다음에 들었다가 식사를 마칠 때에도 윗사람과 보조를 맞추는 것이 예의이다.

또한 우리나라 식탁예절은 정말 과학적이어서 오른손으로는 수저를 사용하고 왼손으로는 밥그릇이나 국그릇을 살짝 고정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식탁 위에서 서로의 팔꿈치가 부딪힐 염려는 전혀 없게 되어 있다.

특히 원탁에 둘러앉아 먹을 때도 오른 손만 움직이니까 옆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집 딸아이가 두 손을 식탁에 올려서 스파게티 먹듯이 양손으로 수저를 쓰고 있어 함께 식사하는 사람들에게 이만저만 불편을 주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언제부터인가 소위 IQ와 EQ 이론이 등장하면서 왼손을 잘 써야 EQ가 좋아진다는 학설을 받아들인 부모들이 아이들의 왼손습관을 고쳐주기는 커녕 오히려 부추겨온 감도 없지 않아서 식탁풍경을 복잡하게 만들어 놓았다.

물론 한 손을 쓰는 것보다 양손을 다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능력에 관한 한 무한 경쟁시대인 현대사회에서 이로운 면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제대로 된 식탁예절을 무시하는 것은 능력보다는 가정교육의 결여를 나타내는 것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왼손으로 국을 떠먹고 오른 손으로 젓가락질을 하며 식탁 위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들을 보는 것이 편치 않아서 식사가 끝날 무렵 밥은 오른손으로 먹고 젓가락은 이렇게 잡아야한다며 잔소리를 했더니 아이엄마가 뇌기능 발달에 도움이 된다며 그냥 두란다.

바른 자세로 앉아 반듯한 모습으로 밥을 먹는 것, 이것보다 더 우선하는 밥상머리 교육이 어디 있겠는가? 제때에 제대로 된 우리 음식을 소중한 마음으로 제대로 격식을 갖춰 먹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며, 또 그것이 우리 문화의 중요한 시작임을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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