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거장’ 하인츠 마크가 증명한 빛
‘빛의 거장’ 하인츠 마크가 증명한 빛
  • 황인옥
  • 승인 2018.08.13 2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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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2일까지 을 갤러리 전시
전통 거부 ‘제로 그룹’ 창립자
빛 흡수하는 유리·금속 사용
감정 배제 부조 작품 등 12점
Heinz Mack-1
하인츠 마크 작 ‘Lichtstele’.


독일 작가 하인츠 마크가 국내 첫 전시로 을 갤러리를 선택했다. 작가는 서양 미술사에 발자취를 남긴 인물로 재조명되고 있는 예술가다. 을 갤러리측에 따르면 지명도에 비해 국내 전시가 늦어진 데에는 독일에서 그의 작품 반출을 꺼려한 이유가 컸다. 독일 외의 지역에서 그의 작품이 판매되는 것을 국부 유출로 여길 정도라는 것. 어렵게 성사된 이번 전시에는 하인츠 마크의 대표 시리즈인 빛기둥과 알루미늄 부조, 페인팅, 조각 등 총 12점을 소개하고 있다. 그의 작품 중 가장 희귀한 제로 시대(1957-66)의 작품들이 포함됐다.

Heinz Mack-2
하인츠 마크 작 무제.


◇ 새로운 미술 표현 운동을 이끈 제로 그룹 설립 주도

하인츠 마크를 논할 때 반드시 언급해야 할 대목이 있다. 독일과 유럽을 중심으로 1957년에 설립된 제로 그룹(ZERO Group)이다. 제로 그룹은 전통 예술을 거부하며 새로운 예술 관점을 제시하며 새로운 미술 가능성을 모색했다. 그들은 예술과 자연, 기술 사이의 경계를 해체했다.

하인츠 마크는 오토 티네, 귄터 워커와 함께 제로 그룹을 설립한 창립자다. 최근 들어 유럽에서 제로 그룹 활동의 중요성과 미술사에 미친 영향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이 일면서 작가의 작품도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하인츠 마크는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제로 그룹 설립 당시를 회상했다. “1956~57년은 개인적으로 유럽의 평면 회화가 끝났다고 생각했다”고.

작가는 당시 피카소가 자신의 회화를 괴테에서 인상주의 화가까지 유럽 회화의 모든 역사를 반복하고 또 파괴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절망했다. 그러나 하인츠 마크는 절망의 늪에서 헤매지 않았다. 그에게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이 있었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가능성이었다. 그는 즉시 실천을 시작했다.

“기존의 주류였던 주관적이고 비이성적이며 표현적인 작업은 끝났다고 봤어요. 예술을 무(無에)서부터 새롭게 출발할 필요성이 절실해 졌죠. 예술이 가진 순수성을 기본 정신으로 삼아 직관적이고 이성적인, 당시의 주류에서 보면 새로운 예술을 추구하고자 했어요.”

새로운 예술 관점을 표한하고 실천한 제로 그룹의 영향은 컸다. 이전까지 미술의 범주에 들어오지 못했던 다양한 재료와 흥미로운 아이디어들이 제로 그룹에 의해 실현되는 과정을 거쳤고, 이러한 활동들이 당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제로 그룹은 키네틱 아트, 라이트 아트, 옵 아트 등 다양한 예술 사조에 걸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고, 많은 작가들이 우리 활동에 영향을 받았죠.”

하인츠마크작무제
하인츠 마크 작 무제.


◇ ‘빛’과 ‘공간’으로 존재 정의

하인츠 마크의 전시를 보기 위해 을 갤러리를 찾은 날은 섭씨 39도. 바깥은 불가마였지만 전시장은 겨울 느낌이 났다. 간결하고 엄격한 형태에서 오는 칼칼함, 알루미늄이나 금속과 유리 등 재질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가 그랬다. 하지만 첫인상은 어디까지나 첫인상. 금세 반짝거리는 따사로움에 휩싸인다. 팔짱을 끼고 여유로운 걸음으로 작품 사이를 천천히 오가다 보면 봄 햇살에 눈이 녹아내리는 듯한 따사로운 기운에 휩싸이게 된다. 하인츠 마크(Hein Mack)의 작품이 반드시 빛을 만나야 하는 이유다.

하인츠 마크는 ‘빛’의 마술사다. 빛을 충분히 받아야만 작품의 완성에 이를 수 있다. 그에게 작품은 빛을 증명하기 위한 일종의 매개다. 작가가 “내 작업은 특히 빛을 다룬다. 빛이 없으면 어떤 존재도 실체를 정의내리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지금까지, 현재에도 내가 작품을 만드는 유일한 의도는 ‘어떤 것이 존재하는 것을 보여줄 구제척인 실체가 없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죠.”

하인츠 마크 예술의 핵심은 ‘빛’이다. 빛을 증명하기 위해 사하라 사막이나 북극 등 광활한 자연 속에 대형 작품을 설치왔다. 작품의 재료도 빛을 최대한 끌어들일 수 있는 재질이어야 했다. 알루미늄, 유리, 금속, 돌, 유리 등.

그가 ‘언제, 어디에서 조각이 가시성과 존재를 얻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광활한 사막에서 작품을 설치했을 때 실제 사이즈가 더 적게 보였어요. 빛과 공간과 작품의 유기적인 관계가 공간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혔죠.”

하인츠 마크는 제로 그룹의 창시자답게 개인의 감정 및 표현 등의 주관성을 철저하게 배제한다. 대신 재료, 선, 면과 형태 그리고 미술의 순수성에 기대며 이성의 토대를 쌓아간다. 제로그룹이나 하인츠 마크나 이성적인 작업을 추구하는 것.

“시간과 운동, 빛의 움직임과 관련한 기하학적 추상에 집중해요. 작품의 형태는 간략하고 단순하면서 분명하죠. 모두가 빛에 집중하기 위해서죠.”

87세의 노구(老軀)에도 “아방가르드 정신을 한결같이 유지하며 여전히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고 전하는 작가의 전시는 9월 22일까지. 053-474-4888


※하인츠 마크는 뒤셀도르프 국립예술원에서 예술을 전공하고 퀼른대학에서 철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1957년 제로 그룹을 설립했으며, 300여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베니스 비엔날레, 카셀 도큐멘타, 구겐하임 컬렉션, 모마(MoMA)에서 대표 작가로 선정되어 수차례 단체전을 가졌다. 모마, 퐁피두 센터, 구겐하임 컬렉션, 사치 컬렉션, 빅토리아 미술관 테이트 갤러리 등 백여 곳이 넘는 공공기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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