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결로 결정된 ‘대입제도 개편안’ 참사
다수결로 결정된 ‘대입제도 개편안’ 참사
  • 승인 2018.08.2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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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
'우리아이 1등 공부법' 저자


헬조선이라 불리는 한국사회에서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 한두 가지는 아니지만 가장 큰 문제가 ‘교육’임을 누구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입제도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교육정책은 누덕누덕 기워져 학부모와 학생들의 공분을 사왔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교육정책과 대입제도가 또 다시 바뀌리라는 예상에 걸맞게 정부는 이번에도 새로운 대입제도를 내놓았다. 지난 17일 수능위주 전형 비율 30% 이상 등을 담은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이 그것이다.

지난 몇 년 간 대입제도는 학생부종합전형 확대 등 수시확대 정책으로 일관해왔다. 그러다 갑자기 교육부 차관이 각 대학에 정시확대를 요청했고, 이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결정했다. 국민 세금 27억을 들여 꾸려진 공론화위에서 시민참여단 490명은 며칠 간 공론을 거듭했지만 ‘다수안’ 도출에 실패했다. 이 때문에 현재 중3학생들부터 적용받게 될 2022학년도 대입제도의 혼란은 진정되기는커녕 더욱 가중되었다. 이런 결론은 이미 예견되었던 참사다. 말이 공론화지 욕먹고 싶지 않았던 교육부가 시민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공론화위원회였기 때문이다.

교육전문가들에게도 대입제도 개편은 가장 어려운 문제다. 그런데 이런 난제를 시민들의 토론으로 결정하겠다고 결론짓고 ‘대입제도에 시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면 욕을 덜 먹겠지?’라고 생각했을 정부와 교육부의 한심한 수준에 그저 한숨이 나온다.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는지 모처럼 여·야가 이견 없이 정부의 대입제도 개편안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대입제도가 공론화방식으로 쉽게 국민의 의견을 모아 합의할 수 있는 것이었다면 애초에 사회적 갈등도 없었을 것이다. 꼬일 대로 꼬인 대입제도를 올바른 방향으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과 현장의 교사들이 오랜 시간 연구해 중장기적인 교육정책을 만들고, 이 결과를 국민들에게 설득해야 한다. 이런 노력 없이 거수로 결정한 교육정책을 어떻게 믿고 따를 수 있단 말인가?

다수결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다수결로 결정하면 안 되는 것들도 분명히 있다. 교육은 미래를 위한 초석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우리 아이들을 바르게 성장시키는 방법은 오로지 교육에 있고, 이런 이유로 교육정책은 그 어떤 것보다 신중해야 한다. 절대 다수결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의 65%가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에 종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해야할 아이들이 변화될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자기주도학습 역량’, 주변 사람들과 협업해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창조적 문제해결 능력과 소통의 기술’을 익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국 노스이스턴 대학교 조세프 이운(Joseph Aoun) 총장은 미래교육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과거 교육이 읽기, 쓰기, 계산을 잘하는 문해력을 가르치는 것이 중점이 되었다면 앞으로는 1. 엄청나게 증가하는 다양한 정보들을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 2. 코딩과 공학의 원리 이해 3. 인문학과 소통역량, 디자인 역량을 갖춘 인문학적 능력이 필요하다. 사람이 기계에 교체되지 않기 위해 꼭 필요한 능력이다.”

아이들에게는 정답을 맞히는 능력이 아니라 변화되는 사회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창의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도 책상에 붙잡혀서 5지선다 객관식 문제를 코피 나게 풀고 있는 한국의 아이들이 과연 미래가 요구하는 인재로 자랄 수 있을까?

객관식시험이 객관적이라고 착각한 많은 공론화 참여자들이 ‘객관식시험 확대’에 손을 들었다고 ‘수능비중 확대’로 대입제도를 개편해버린 정부의 근시안적 정책결정을 보고 있노라면 격변하는 사회에 대비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할 게 뻔한 한국의 아이들에게 너무나 미안해진다.

세계의 많은 선진국들은 이미 교육현장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학습형태를 결합한 혼합형 학습인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이나 게임을 통해 학습 몰입력을 높이는 게미피케이션(Gamification), 다언어 토론학습 등을 도입해 실행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인재를 만들겠다는 노력이다. 도대체 한국은 객관식시험 비중을 두고 싸우는 교육제도를 언제까지 붙잡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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