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쟁이
욕쟁이
  • 승인 2018.08.2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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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 연구소장)



무언가를 공짜로 얻어먹었을 때 기분이 좋다. 그것이 밥이 되었건, 아니면 맛있는 커피가 되었건. 그런데 공짜로 얻어먹었는데 기분이 나쁜 것도 있다. 그건 듣기 싫은 욕(辱:욕될 욕)이다. 남에게 욕을 얻어먹으면 기분이 좋지 않다. 욕은 듣는 사람도 기분 나쁘고 욕하는 사람의 품위도 깎아 내린다. 욕쟁이 할머니 같이 욕이 사업 수단이 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욕을 들어서 기분 좋은 사람은 없다. 그래서 욕은 나쁘다.

이번 지면을 통해 솔직히 고백을 하자면 필자는 매일 욕을 하는 욕쟁이다. 실망이라고? 그럴 줄 알았다고? 진정들 하시고 잠시 내 얘기를 들어보시라. 이제부터 천천히 설명해주겠다. 필자가 나 스스로를 욕쟁이라고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하면 다음과 같은 이유다.

필자는 욕(辱:욕될 욕)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싸움하는 사람도 싫고, 남을 흉보는 사람도 싫다. 그래서 필자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욕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매일 욕을 하고 있다는 소리는 무엇이냐고? 오늘 말하는 욕은 욕심 욕(慾)을 말한다.

나는 욕쟁이다. 가진 것에 만족하고 늘 감사하며 살았어야 하는데 분수에도 맞지 않는 욕(慾:욕심 욕)을 꿈꾸는 나는 욕쟁이다. 충분히 가지고 있으면서도 손에 쥔 것은 잊고 더 가지지 못한 것에 눈과 마음이 뺏겨 버리는 나는 욕쟁이다. 필요이상의 무언가를 탐내는 필자는 분명 욕쟁이가 맞다. 이쯤에서 법정 스님의 무소유가 생각난다. 우리는 무소유를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법정 스님이 말한 무소유는 그 뜻이 아니다. ‘필요 이상의 것을 소유하지 말라’는 뜻의 무소유다. 그런 뜻에서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는 분명 필요 이상의 무언가를 끝없이 소유하고픈 욕쟁이가 맞다.

요즘은 미니멀 라이프(불필요한 물건을 줄이고 최소한의 것으로 살아가는 생활방식)가 대세다. 채움으로 행복해지지 않는 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점점 비움으로 행복을 찾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필자도 얼마 전 많은 물건을 가져다 버렸다. 그럼에도 아직 방구석 구석에 정말 많은(몇 년째 쓰지 않는)물건이 가득하다. 이번 가을에 또 정리를 한번 해야겠다. 좀 더 비워야겠다.

얼마 전 1학기 강의가 끝나고 학생들이 과목과 과목의 교수에게 내린 평가결과를 받아보았다. 보고 난 뒤 나의 마음은 영 편치 않았다. 그 이유는 몇 명의 학생이 필자에게 한 부정적 평가 때문이었다. 그 부정적 평가는 사실 아주 극소수의 학생이 한 것이었다. 그런데 필자는 90%가 넘는 학생이 내린 긍정적 평가에 감사하지 못하고 10%도 안 되는 학생들의 부정적 평가에 마음이 뺏겨버렸다. 세상 절반의 사람만 나를 좋아해도 잘 살고 있다고 했거늘 열 명 중 한 두 명이 나를 싫어하는 걸 못 참고 열이면 열 모두가 나를 좋아하길 바라는 나는 욕쟁이다.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고, 그곳에서 노동의 대가도 받아 생활을 하고, 가장 편안한 나의 집이 있고, 나를 닮은 아이들과 나의 형제들이 있는데 감사할 줄 모르고 욕심이 끝이 없다.

오늘 이 시간부로 다시 약속 해본다. 욕(慾)하지 않기로.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고, 다시 욕심을 내겠지만 그래도 다시 다짐해본다. 필요한 것 이상의 것을 원하지 않고 만족하며 감사하며 살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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