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당신의 아이를 알고 있나요?
당신은 당신의 아이를 알고 있나요?
  • 승인 2018.09.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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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
‘우리아이 1등 공부법’ 저자
며칠 전 영화 ‘서치’를 관람했다. 할리우드 스타 존 조를 비롯한 한국계 배우들이 여럿 출연한 것으로도 화제가 된 ‘서치’는 국내에서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250만 관객을 모았다.

영화에는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된 고1 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빠가 등장한다. 아빠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자 경찰은 “단순 가출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자 아빠는 경찰을 향해 단호히 외친다. “내 딸은 내가 알아요. 가출할 애가 아니라고요!” 하지만 딸을 찾기 위해 딸의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페이스북을 뒤지면서 아빠는 자신이 정작 딸에 대해 아무 것도 알고 있지 못했음을 깨닫는다. 영화 서치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당신의 아이를 알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나요?”

영화 속에서 딸은 아빠에게는 고민을 말하지 않는다. 딸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에게도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는다. 대신 스마트폰 속 ‘친구’에게만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는다. 아빠는 딸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아빠는 이 사건이 있기 전까지 자신의 신념을 굳게 믿었다. ‘나는 내 아이를 알고 있다’는 신념 말이다.

부모는 흔히 ‘나는 내 자식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낳았고, 내가 키웠다는 것이 아이를 알고 있다고 확신하는 근거일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물어보라. 아마 ‘내 부모가 나를 잘 알고 있고 충분히 이해한다’라고 대답할 아이는 드물 것이다.

우리는 어차피 타인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 그러니 ‘나는 내 아이를 잘 모른다. 아이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이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내 아이를 잘 알고 있다는 교만이 자칫 큰 후회로 이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1999년 13명의 사망자와 24명의 부상자를 내고 수없이 많은 고등학교 총기범죄의 모델이 된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난사사건. 이 사건은 미국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인자한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란 딜런 클리볼드라는 아이가 저질렀다. 딜런 클리볼드는 수많은 친구들을 총으로 쏜 후 자신 역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자식이 악마로 변한 것을 전혀 모른 채 총기사고가 난 날 아침에도 아이를 문 앞에서 배웅한 딜런의 엄마 수 클리볼드는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 때로는 자상하게 안아주고 때로는 엄하게 훈육했지만 언제나 아이를 사랑했습니다. 나는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주변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으며 남편과 내가 이룬 가정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 말입니다. 나는 아이를 너무나 사랑했지만 아이를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녀가 피눈물로 쓴 책은 말하고 있다. 아이를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아이를 더 많이 이해하고 공감하며 아이에게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야한다고도 충고한다. 아이를 다 알고 있다는 자만을 버리고 아이에게 더 다가가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평생 후회로 점철된 삶을 사고 있는 수 클리볼드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영화 서치 역시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초·중·고생 571명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이들이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하루 평균 단 13분에 그쳤다. 통계청 조사로도 ‘학생 자녀들이 부모와 대화하는 시간’은 2009년 하루 59분에서 2014년 29분으로 반 토막 났다. 아이가 부모는 각자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만날 시간이 없다. 하지만 아이와 서로 눈을 맞추고 함께 보내는 시간을 가지지 못한 채 살아가다보면 당신은 당신의 아이를 영영 알 수 없게 된다.

자, 스마트폰을 내려놓자. 아이의 눈을 바라보자. 그리고 아이와 대화를 시작하자. 나는 내 아이를 알고 있다는 허황된 믿음은 내려놓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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