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제수품 가짓수 대폭 줄여
상인들, 단골 위해 가격 동결도
“너나 할 것 없이 가격이 올라서 음식 가짓수를 줄이고 사과나 문어도 작은 걸로 구매했어요.”
추석을 나흘 앞둔 20일 오전 10시 30분께 대구 북구 칠성시장서 제수용품을 구매하던 권순생(여·78·수성구 수성1가동)씨는 “하나 사는 데 한참을 고민하게 된다. 알이 작더라도 조금이나마 싼 사과를 사기로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소비자들의 작아진 손에 대목을 앞둔 칠성시장 상인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명태, 오징어 등을 판매하는 송영택(46·동구 신천동)씨는 “전통시장 찾는 사람 줄어드는 거야 다 아는 사실인데 꾸준히 찾아오시던 어르신 분들도 손이 많이 작아졌다”며 “천정부지로 올라가니 적게 사는 거야 당연하지 않겠느냐”며 허탈한 웃음을 보였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권태훈(36·북구 동천동)씨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지난 추석, 설과 한우 가격을 똑같이 하고 판매하고 있다.
권씨는 “소 값 자체는 많이 올랐는데 전통시장을 계속 찾아주시는 분들을 위해 가격을 동결했다”며 “남는 것이야 적지만 티끌이라도 모아보자는 심정”이라고 전했다.
이날 오후 12시께 찾은 대구 중구 서문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고객들은 조금이라도 값이 싼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여러 가게를 돌아다니며 신중을 기했다.
50년간 서문시장을 찾고 있다는 박영숙(여·82)씨는 “안 비싼 게 없다. 그래도 이 가게 저 가게 찾으면서 나은 게 있나 살펴보는 중”이라며 “오래 봐도 모르겠으면 내일 또 오려고 한다. 오늘도 어제 못 산 배를 사러온 것”이라고 했다.
과일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폭염에다 이른 추석으로 장사가 쉽지 않다고 했다.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10월 같으면 수확도 잘 되고 수요가 많은데 폭염도 심했고 추석이 빨라서 어쩔 수 없다”며 “홍보나 서비스가 체계적인 대형마트를 상대하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다.
한지연기자 jiyeon6@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