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입힌 서예… 현대화한 수묵 만나볼래요?
색 입힌 서예… 현대화한 수묵 만나볼래요?
  • 황인옥
  • 승인 2018.10.0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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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양아트센터 손혜선 개인전
손혜선-작품1
손혜선 作.

실험성 강한 신작 ‘견공오륜’
느티나무에 새긴 서각 백미
‘해동 10현시 10곡 병풍’ 눈길
수채화·유화 등 70여점 선봬

간결한 선으로 개(犬) 형상을 그렸다. 화룡점정으로 눈(目)을 찍었다. 한자 개견(犬)자를 개로 형상화한 것이다. 간결하지만 익살이 넘쳤다. 화폭 중앙에 이 곰살스러운 개 3마리를 흰색과 황색,그리고 검정색으로 각각 그렸다. 백구, 황구, 흑구라고 했다. 작품 ‘견공오륜’이다. 삼강오륜(三綱五倫)이 지켜지지 않는 작금의 현실에 대한 개탄이다.

“견공오륜은 개도 윤리를 알고 지킬 것은 지킨다는 얘기에요. 사람이 사람답지 못한 것을 풍자할 때쓰는 말이죠. 윤리와 도덕이 땅에 떨어진 현실에 대한 개탄이죠.” 작가 손혜선의 설명이다.

황구, 백구, 흑구 양 옆에는 견공오륜을 풀이한 형상을 그려 놓았다. 한 마리에서 네 마리까지 다양한 묶음으로 형상화했다. 주불폐(知主不吠·견공은 주인에게 짖지 않으니)이니 군신유의(君臣有義)요, 모색상사(毛色相似·자기를 낳아준 어미를 닮는다)니 부자유친(父子有親)이요, 일폐군폐(一吠群吠·동료가 짖으면 일제히 따라 짖어준다)니 붕우유신(朋友有信)이요, 잉후원부(孕後遠夫·새끼를 가지면 ‘성생활’을 기피한다)이니 부부유별(夫)이고, 소불적대(小不敵大·엄격한 위계질서가 있다)니 장유유서(長幼有序)라는 견공오륜에 대한 형상적 풀이다. 작품 ‘견공오륜’은 작가 손혜선이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으로 완성한, 서예의 현대미술로서의 가능성을 모색한 신작이다.

“‘견공오륜’은 향후 제가 작가로서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하는 작품이에요. 표의·상형문자의 의미를 분명히 전달하면서도 다양한 실험성을 담아내는 현대미술의 정신도 가미될 것이라는, 일종의 예고편이죠.”

일학 손혜선 개인전 ‘회갑기념전’이 아양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수채화, 유화, 한국화, 퀼트, 서예, 서각 등 70여점을 소개하는 작가의 첫 개인전이다. 출품작 51점이 서각 작품이다. 특히 서각 중 느티나무로 제작한 ‘해동 10현시 10곡 병풍’은 백미다. 남석 이성조에게 서예를, 목어 박경현에게서 서각을 사사한 손혜선의 서각 작품에는 전(篆) 예(隷) 해(楷) 행(行) 초(草) 등 오체에 두루 섭렵한 깊이가 한껏 실려 있다.

서각 작품은 이성조 선생과 손혜선의 인연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손혜선은 서예를 이성조 선생에게 사사하고, 서각 또한 선생의 권유로 시작했다. “서예는 너무 어렵고 힘이 드는 분야에요. 늦은 나이에 시작했지만 큰 스승인 남석 선생님의 가르침이 있어 욕심 부리지 않고 기초부터 닦을 수 있었어요.”

손혜선은 경북예술고등학교 미술과를 졸업하고 대구대학교 대학원에서 아동미술학과 석사를 졸업했다. 고등학교 재학때부터 각종 미술대회에서 수상하는가 하면 작가 활동 중에도 상복은 이어졌다. 하지만 결혼과 남편의 유학으로 해외에 거주하고 자녀를 양육하면서 그림에 집중하지 못하다 10여년 전부터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유화와 수채화는 서예와 한국화 그리고 서각을 하기 이전의 작품들이다. 말하자면 이번 전시는 그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미술을 한 눈으로 조망한 전시다.

“아동미술학을 전공할 당시부터 정말 열심히 그렸어요. 수채화, 유화, 도자기, 서각, 서예 등 장르도 다양했죠. 그 다양한 밑바탕을 중심으로 손혜선만의 예술세계를 찾아가고 싶어요.” 전시는 2일부터 7일까지. 010-2972-0080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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