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있다고 모두 내 것이 아니다
손에 있다고 모두 내 것이 아니다
  • 승인 2018.10.0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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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 디자인 연구소장
TV 프로그램에서 거리로 나가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하나의 실험을 했다. 실험은 간단했다. 두 가지 상황을 두고 그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어떤 결정을 더 많이 내리는지 알아보는 실험이었다.

먼저 첫 번째 상황은 3만원을 사람들 손에 쥐어 준다. 그리고 난 뒤 게임을 하나 제안 한다. 만약 손에 있는 3만원을 걸고 간단한 게임을 해서 이기면 2만원을 더 받아서 총 5만원을 가져가게 되고 도전을 포기하면 지금 손에 들린 3만원은 가져가도 된다고 얘기해준다.

두 번째 상황은 사람들에게 먼저 손에 5만원을 쥐어 준 후 다시 2만원을 뺏는다. 그러면 그 사람의 손에 3만원이 들려있다. 그런 후 첫 번째와 똑같은 조건의 쉬운 게임을 보여주며 3만원을 걸고 간단한 게임을 한 후 이기면 2만원을 돌려주어서 총 5만원을 받게 될 것이고 그렇지 않고 그냥 그대로 포기하면 3만원은 가져가도 된다고 얘기해준다.

위 두 상황은 어떻게 보면 다른 거 같지만 같은 상황이다. 두 상황의 차이라면 처음 손에 얼마가 들려 있었냐는 차이다. 첫 번째 상황은 3만원, 두 번째 상황은 5만원이 그 차이다. 그 후 상황은 동일하다. 어떤 상황일 때 사람들은 더 많이 도전을 하고 어떤 상황에서 더 많이 포기를 할까?

각각 두 상황에 같은 수의 사람이 참여를 하였다.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처음 3만원을 받고 이기면 2만원 더 받고, 지면 3만원을 뺏기는 게임을 제안 받은 사람들은 혹시나 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게임을 포기하고 3만원만 챙긴 경우가 대다수였고, 처음 5만원을 주었다가 2만원을 뺏고 게임에 이기면 2만원 돌려주고 지면 3만원마저 뺏기는 게임을 제안 받은 사람은 게임에 도전하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이 실험의 취지는 ‘사람들이 자신의 손에 한번 들어온 것은 자기 것이라고 착각한다.’는 것에 가설을 두고 그것을 확인하기위한 실험이었다. 그 결과 5만원을 손에 쥐어본 사람은 다시 가져간 2만원이 마치 원래 자신의 것이었다는 착각으로 그것을 되찾으려는 심리가 작용해 거의 대다수의 사람이 모두 손에 남겨진 3만원을 뺏길지도 모를 도전을 하게 된 것이다.

위 실험 상황과 비슷한 상황은 돈 빌려간 사람이 돈을 갚을 때 보여주는 상황과 비슷하다. 처음 돈을 빌릴 때는 남의 돈이었지만 빌린 돈이 자신의 손에 들어오면 마치 처음부터 자기 돈이었던 것처럼 착각을 해서 돈을 갚을 때는 자기 돈이 나가는 기분으로 갚는 것을 질질 끌게 되는 경우와 닮아 있다. 그래서 이런 말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빌려줄 때는 빌려주는 사람은 의자에 앉아서 빌려주고, 빌리는 사람은 의자 아래 바닥에 무릎을 꿇고 빌리고, 갚을 때는 정 반대가 되어 빌린 사람이 의자에 앉아서 갚고, 빌려준 사람이 의자 아래 바닥에 앉아 사정사정해서 빌면서 받는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가 생겨나는 것이다.

위 실험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크다. ‘내 손에 있다고 모두 내 것이 아니다’라는 것.

착각하지 말아야겠다. 지금 내 손에 있다고 그것이 모두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모든 것 잠시 빌려 쓰는 것이고 잘 쓰다가 다시 세상에 돌려줘야 할 것들이다. 내 사람이라 생각하는 나의 가족이 내 것이 아니다. 모두 내 곁에 함께 해주는 귀한 생명이고, 존중 받아야할 귀한 인격체다. 내게 주어진 환경과 기회 또한 내 것이 아니다. 우쭐대거나 뽐내지 말고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면 나누며 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의 건강과,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이 모두 내 것이 아니다. 잠시 빌려 쓰고 다시 제자리로 잘 돌려주어야 할, 그냥 값없이 거저 받은 고마운 것들이다.

인생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다. 감사하게 잘 쓰다가 다시 잘 돌려주고 가볍게 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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