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미술관, 작년 이인성미술상 수상자 최민화 ‘천 개의 우회’展
대구미술관, 작년 이인성미술상 수상자 최민화 ‘천 개의 우회’展
  • 황인옥
  • 승인 2018.10.0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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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하듯 화폭에 옮긴 굴곡진 한국의 현대사
대표 연작 ‘분홍’ 등 100여점
민주화운동 등 재현 방식서
신화 매개로 한 본질 탐구로
최민화
최민화 작 ‘붉은 갈대’

시위의 양상이 과격함으로 치닫던 1980년대에 대학을 다녔던 작가 최민화(사진)가 시위현장을 이해하는 방식은 색채였다. 좌파나 빨갱이로 취급받던 시위대를 붉은색, 파쇼나 극우로 지칭하던 진압대를 백색으로 인식했다. 그들이 쏘아대는 최루탄 역시 백색이었다. 최민화는 그 붉은색을 화폭속에서 의기양양하게 드러냈다. 이른바 최민화의 ‘주관적 색채학’이었다.

“붉은 무리들 속으로 적들의 흰색이 와서 팡 터졌는데 흰 최루탄이 붉은 시위대에 스며드는 것 같았어요. 붉은색이 흰색을 포용하는 것처럼요. 그 포용성이 궁극적으로는 흰색 파쇼를 이겨낼 것이라는 믿음을 주었죠.”

제18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자인 최민화의 ‘천 개의 우회’전이 대구미술관 2, 3전시실, 선큰 가든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에는 대표작 ‘분홍’ 연작과 첫 선을 보이는 ‘부랑’, 그리고 이전 작품들(1973~1981), 기성세대가 된 작가가 젊은 세대를 바라보는 시선을 담은 ‘회색 청춘’, 한국의 고유한 미적 가치를 담은 ‘조선 상고사’, ‘조선적인 너무나 조선적인’ 연작 등 총 100여점을 소개하고 있다. 민중미술이라는 프레임에서 확장된 작가의 방대한 회화 범주를 폭넓게 조망할 수 있는 기회다.

최민화는 민중미술가로 알려져 있다. 지난 40여년간 한국 현대사의 굴곡진 현실을 화폭에 담아내며 역사를 증언하는 동시에 삶의 현장성을 보여주며 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왔다. 그의 본명은 최철환. 신일고 미술교사로 재직하다 1983년부터 ‘민중은 꽃이다’는 뜻의 아호인 ‘민화(民花)’로 활동하며 1980년 광주항쟁, 1987년 6월 항쟁 등의 현장을 작품으로 증언했다.

특히 87년 6월 항쟁 당시 그가 그린 이한열 걸개그림은 시대의 혼돈에 대한 증언으로 인식됐다. 1983년부터 ‘민중은 꽃이다’라는 뜻에 끌려 ‘민화’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된 것도 치열했던 시대정신의 표현이었다.
 

최민화-작가얼굴2
최민화 '천개의 우회'전이 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에게 인식된 시위현장의 색채는 ‘붉음’이 아닌 ‘분홍’이었다. 그는 기존 민중미술과 달리 분홍빛 화면에 방황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강렬하게 담아냈다. 1985년 ‘들풀’전, 1988년 ‘그대 뜬 눈으로’전이 대표적이다. “빨간색 속으로 흰색이 와서 터지면서 분홍색이 만들어지죠. 빨강에 흰색이 밀려와 뿌려지고 터지며 생기는 분홍에 대한 상상이 최루탄의 고통을 주관적으로 마비시켰어요.” 그에게 ‘분홍’은 시대에 대한 증명이자 승리에 대한 확신의 상징이었다.

작가는 자신의 삶의 여정을 ‘부랑’에 비유했다. 격변의 시대를 살아오면서 현장을 그림으로 증언해 온 삶에 대한 언급이었다. 대구미술관 전시제목 ‘천 개의 우화’도 ‘부랑’과 맥이 닿아있다. 곡절 많은 세상을 증언해온 자신의 삶에 대한 에두른 표현이다. “세계적인 화가가 되고 싶어 홍익대 미대에 진학했지만 ‘광주학살’을 보고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어요. 절망감에 빠져 알코올중독자로 힘든 시절을 보내기도 하며 예상치 못한 변화를 겪었죠. 부랑과도 같은 삶이었죠”

근작 ‘조선적인 너무나 조선적인’ 연작이 눈길을 끈다. 기존의 분홍 연작과는 결이 확연하게 다르다. 몽환적이면서도 신비스러운 분위기 속에 역사와 신화 속 인물들이 스멀거린다. 2010년부터 찾아온 변화다. 한국 역사화의 인류사적 보편성 획득 차원에서 모색한 작업들이다. “탐구의 주제가 ‘시대의 증언’에서 ‘본질’로 확장됐어요. 본질의 매개로 ‘전통’에 주목했고, 역사와 신화가 화폭 속으로 들어왔죠.”

고(故) 이인성 화백과의 인연은 남달랐다. 1972년 서울 신일고 2학년일 때 인사동의 한 화랑에 걸린 이인성 화백의 작품을 보고 경이로움을 느꼈다. 당시 그는 “매일 화랑에 매일 갔고, 이인성 화백을 따라 그리기도 했다. 이인성미술상 수상자로 결정된 것은 크나큰 영광”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12월16일까지. 053-803-7901.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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