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표준어?…언어 다양성 해친다
오직 표준어?…언어 다양성 해친다
  • 한지연
  • 승인 2018.10.08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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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한글날 ‘위기의 방언’
이상화 시에도 나오는 단어
‘깝치다’ 비표준어로 규정
말과 글까지 서울 중심으로
“언어 생태계 건강성 위해
방언도 존중받는 사회 돼야”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도 보고 싶다.”

1926년 ‘개벽’ 잡지에 실린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일부분이다. 이상화 시인은 대구를 대표하는 문학가 중 한 명으로 그의 시에는 경상도 사투리가 배어있다.

시에 등장한 ‘깝치다’는 ‘재촉하다’는 뜻의 경상도 방언이다. 하지만 8일 오후 2시 30분께 국어생활종합상담실의 한 직원은 ‘깝치다’라는 단어를 설명하면서 ‘적절하지 못한 사용’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깝치다’는 ‘재촉하다’의 방언이자 ‘깝죽거리다’의 잘못된 표현”이라면서도 “비표준어인 ‘깝치다’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표준어를 사용해야 적절한 표현이라는 것. 졸지에 비표준어는 알맞지 않은 표현이 됐다.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 맞은 훈민정음 반포 572돌 한글날. 지역 문화를 담고 있는 지역 방언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가운데 언어의 다양성과 언어 자산에 대한 존중이 요구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지방분권을 외치며 지역성장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언어에서부터 서울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방소멸 위기는 지역 문화를 위축시키고 언어의 다양성을 해치게 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이상규 교수는 “언어의 표준화 속도가 점차 빨라지면서 변두리가 죽어가고 있다. 이는 21세기 문명의 실패”라며 “언어도 자연과 마찬가지로 생태계가 있다. 언어의 생태적 건강성을 위해서라도 지역 방언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지방이 소멸한다는 것은 사람이 빠져나간다는 것인데 사람이 없으면 언어도 없다. 역(逆)도 마찬가지”라며 “인간의 지식정보체계이자 표현인 언어가 사라진다는 것은 인간 쇠퇴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한국의 지방소멸 2018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시군구 및 읍면동 10곳 중 4곳은 인구감소로 소멸할 위험에 처했다. 지난 6월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은 89개(39%)로 지난 2013년 7월 75개(32.9%)에서 14개 늘어났다. 대구·경북의 소멸위험지수(한 지역 20~39세 여성인구/65세 고령인구)를 살펴보면 각각 0.87과 0.55로 ‘소멸주의’ 단계에 진입했다. 0.5~1.0 미만의 소멸주의 단계는 ‘소멸위험지역’ 직전 구간이다.

한편 전국 각지에서는 9일 한글날을 맞아 우리말로 된 지명과 가게 간판이 주목받고 있다. ‘소도둑놈 마을’, ‘미르마루 길’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우리말로 된 지명들이다. 경북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水島里)에는 ‘물 위에 떠 있는 섬’인 무섬마을이 눈길을 끈다. 무섬마을은 수도리의 우리말 표현으로 마을 전체가 국가지정 중요민속문화재 제278호로 지정돼 있다.

한지연기자 jiyeon6@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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