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얼굴아트센터 27일까지 김성수 ‘사람을 만나다…’展
웃는얼굴아트센터 27일까지 김성수 ‘사람을 만나다…’展
  • 황인옥
  • 승인 2018.10.10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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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사람, 이상은 꽃으로…
투박한 형태·간결한 선 특징
김성수


가부좌를 튼 남자와 어린 양 한 마리가 서로를 응시하고 있다. 작가 김성수(사진)의 작품 ‘어린 양을 바라보다’다. 어린 양은 과거 신에게 제사 지낼 때 사람 대신 바쳤던 제물로, 흠없는 순수상태를 의미했다. 과거인들은 순진무구한 어린 양이 인간의 죄를 대신 해 제물로 받침으로써 죄없는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믿었다. 작가는 흠결없는 순수를 의미했던 어린 양을 차용해 ‘양’을 ‘이상세계’로 상정했다. 반면 인간을 고난과 역경의 ‘현실세계’로 은유했다. ‘이상세계’와 ‘현실세계’는 그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중심 키워드다.

“ 작품은 현실세계에 발을 딪고 있지만 이상세계를 꿈꾸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죠.”

김성수 초대전 ‘사람을 만나다; 만들다가, 그리다’전이 웃는얼굴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는 ‘사람을 만나다’, ‘꽃을 바라보다’, ‘어린 양을 바라보다’ 등 3가지 테마로 구성된다. 거대 꽃밭을 형상화한 작품부터 손에 잡히는 크기의 에스키스(작품을 위한 밑그림)까지 370점을 설치했다. 작가가 과거 작품에 투영했던 의미와 현재의 메시지 그리고 미래변화까지, 작품세계 전반을 통합적으로 아울렀다.

김성수 조각의 출발점은 꼭두인형. 꼭두는 망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상여에 달린 작은 인형이다. 김성수는 어린시절 외할머니를 저 세상으로 인도하던 꽃상여에서 꼭두와 처음 대면했다. “제게 꼭두는 죽음과 관련된 두려움의 대상이자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는 신비의 대상이었죠.” 당시 꼭두는 그에게 삶과 죽음, 이상세계와 현실세계의 경계로서의 존재로 다가왔다. 이시기 작품은 다분히 ‘도가(道家)적’이었다.

이번 전시제목이 ‘사람을 만나다’. 주인공이 ‘사람’이다. 이상세계에서 현실세계로 되돌아 왔다는 의미다. 정확히 2000년부터 꼭두인형에서 실제인물 조각으로 변화했다. 어느 순간 사람이 좋아졌고, 나무가 좋아져 시작된 변화다. 이후 돌로까지 재료가 확장됐다. “삶이 곧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사람이 좋아졌어요. 나무 특유의 물성도 마음을 잡아끌었죠.”

전시작 ‘사람을 만나다’는 ‘사람’이 주인공인 대표작품이다. 어른 손바닥만한 크기의 사람의 전신 조각 250점이 집적되어 있다. 주변인을 조각한 이전 작품과 김구, 유관순, 노무현 등 역사적 인물이나 종교인을 조각한 신작으로 구성됐다. 작품은 일종의 만인보. ‘만인의 삶’에 대한 기록이다.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은 ‘사람’이에요. 과거에는 나와 주변인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았다면 지금은 역사적인 인물을 통해 한국인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있어요.”

이상세계를 동경하는 작품도 전시했다. 작품 ‘꽃을 보다’다. 백일홍, 목단, 민들레, 엉겅퀴가 활짝핀 꽃밭에서 꽃같은 작가가 앉아있는 작품이다. 꽃은 모두 성주에 있는 작업실 마당에 핀 것들로 그냥 스쳐지나지 않고 발견한 아름다움이다. 작가는 ‘꽃’을 “내 삶의 아름다운 희망”이라고 했다. 그에게 ‘꽃’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갈망이자 이상세계였다.

김성수 조각의 특징은 담백한 여백의 미다. 작가는 완벽한 형태미 대신 투박한 담백함을 취한다. 무심하게 툭툭 지나간 투박한 선 몇 개로 사람형태를 얼추 갖춘다. 색도 최소화한다. 거기까지다. 완벽한 황금비율이나 매끈한 마감은 그의 조각에는 낯선 개념이다. 나무나 돌이 본래 가진 물성에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다. 서양의 이성과 합리성 자리에 동양의 비합리성과 감각적인 관능을 들여놓은 것.

“재료의 본래적 형태를 살리면서 형상을 조각해요. 재료와 대상이 둘이 아닌 하나가 되는 거죠. 완벽한 조현미를 내려놓으니 재료와 대상, 작가 사이에 묘한 여백이 만들어졌죠. 이 여백은 관람객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지요.” 회화같은 조각을 추구하는 작가의 전시는 27일까지. 053-584-8720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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