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현대문명, 깊숙이 들여다보면…
급변하는 현대문명, 깊숙이 들여다보면…
  • 황인옥
  • 승인 2018.10.11 21: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구미술관 ‘Y 아티스트 10’
염지혜 ‘모든 관점 볼텍스’展
메르스 사태 등 동시대 문제
세계·우주 질서 속에서 사유
불가능 극복 유기적 관점 조망
미래열병
염지혜 作 ‘미래열병(2018)’

 

염지혜(3)
염지혜 작가

인간은 감각과 지각을 통해 습득한 정보로 세상을 인식하고, 그 중첩된 이해의 바탕 위에서 독자적인 견해를 형성해간다. 사회 변화 과정이라고 다르지 않다. 수많은 관념이나 사상, 물질 등이 충돌하고 화합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변화로 나아간다.

작가 염지혜가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도 동일하다. 특정 장소와 경험에서 감각되고 지각되는 파편 중 하나를 탐구의 대상으로 삼아 소설이나 영화, 생활에서 접하는 정보 등과 결합하며 보편 이야기로 이론적 토대를 구축하고 보편담론화 한다.

“20~30년 사이에 사회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의 양상 속에서 다양한 방식과 관점을 유기적으로 엮어 드러내고 싶었다.”

염지혜가 대구미술관 젊은 작가 지원 프로그램인 ‘Y 아티스트 프로젝트’에 10번째 작가로 선정돼 대구미술관 전시에 내놓은 작품은 총 3종류다.

세 작품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경험하며 느낀 바이러스에 대한 사유와 바이러스처럼 빠르게 확산되는 대중매체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작품 ‘그들이 온다. 은밀하게 빠르게(2016)’, 동시대 삶의 형태와 행동 방식이 어떻게 변모됐는지 모색하고 진단하는 ‘커런트 레이어즈 Current Layers(2017)’, ‘미래를 위한 진보는 곧 첨단과학기술 선점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믿음 아래 현대 사회는 ‘미래 열병’이라는 전염병을 앓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미래열병(2018)’ 등이다.

‘바이러스(균)’, ‘레이어(쇠)’, ‘첨단 기술(총)’ 등 세 가지 키워드로 구현한 3종류의 작품은 ‘급변하는 동시대와 인류 문명사’라는 대주제 안에서 하나의 작품으로 수렴된다.

그 시작은 바이러스였다.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느낀 심리적 불안의 실체를 파헤치면서 최근 20년간 급격히 변화해온 문명의 실체에 대한 접근까지 확장했다. 모티브가 된 것은 퓰리처상 수상자이자 세계적 석학인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저서 ‘총, 균, 쇠’였다.

“인류의 문명사를 바이러스의 역사(균)와 유동적이고 변화가능한 플라스틱(쇠), 첨단기술에 대한 욕망(총)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조망해 보고 싶었다.”

주제는 다양한 관점에서 탐색된다. 우주론, 우주과학, 의학, 철학, 인류학, 양자역학, 상대성 이론, 진화심리학, 로보틱스, 정신분석학, 미학, 영화학, 예술학 등 그야말로 다채롭다. 대구미술관 전시제목이 ‘모든 관점 볼텍스’가 된데는 그만한 배경이 있었던 것. 이 제목은 더글라스 애덤스(Douglas Adam)의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등장하는 심리적 고문기계에서 빌려왔다.

“비록 불가능하더라도 거의 모든 관점에서 세계와 우주의 질서를 보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입장이 전시제목에 그대로 담았다.”

넓은 관점은 자칫 난해함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작가는 주제의 명확성, 다양하게 수집된 자료의 유기적 연결성, 탄탄한 서사를 통해 난해함을 극복하려 했다. 주제를 명확히 하는 방식으로 해석의 여지를 좁히는 것.

“세계와 우주의 질서도 폭넓은데 관점마저 다양하면 관객들이 주제를 파악하기가 어렵게 된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주제와 메시지를 명확하게 했다.” 전시는 대구미술관 4,5전시실에서 12월 25일까지. 053-803-7863

※ 염지혜는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골드스미스에서 순수예술을 전공했다. 심도 있는 연구를 바탕으로 동시대 사회 이슈에 주목한 작가는 2016년 송은미술상, 2015년 SeMA 신진작가로 선정되는 등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