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양심의 애증
인권과 양심의 애증
  • 승인 2018.10.1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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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윤 시인
병원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논란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대개 의료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한계에 부딪히는 부분은 의료 지식에 대한 일반인의 무지와 증거자료였다. 의혹은 있으나, 이를 규명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사전에, 간단한 수술이라는 설명을 들은 환자가 수술 도중에 돌연사하는 사고가 발생된 경우가 있는가하면, 개복한 상태에서 핀셋이나 가위 등을 넣은 채 봉합해버린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난 적도 있다. 의료진들은 늘 하던 일이니, ‘그럴 수 있다’고 치부할 수 있을지 모르나 당하는 가족의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인체를 다루는 일은 일반적인 업종과 분명 구분되어야 한다. 그래서 특별히 그들에게 배우는 것이 없어도, 의사라고 하면 대부분 ‘선생님’이라고 극존칭을 쓰지 않는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은 소중하기 때문이다.

의료장비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요즘, 명의의 기술 못지않게 기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다양해졌다. 물론 장비를 사용하는 매뉴얼도 예사롭지 않다. 의사들이 의료지식과는 별개로, 장비를 얼마나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가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해졌다. 그로 인해 또 다른 문제가 생겼는데, 그 중 대리수술이 대표적이다. 이 복잡하고 유능한 장비의 사용방법이 간단하지 않으니, 영업사원이 직접 수술까지 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었다. 물론 환자는 알 수 없다. 병원 측이나 장비회사의 거래관계에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묵시적인 거래는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것이다. 매우 위험천만한 일이다. 산부인과에서 낙태수술을 간호사가 대신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 경우에는 환자들도 어느 정도 이미 알고 있을 정도로 일반화된 상식이다. 물론 불법이다. 그러나 낙태수술을 하는 경우는 유산과는 달리, 사생활이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환자들이 불법수술에 대한 부분을 따질 여유가 없다. 이 부분을 악용했다고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수술실의 CCTV 설치는 환자의 인권침해 방지를 위해 찬성하는 측과 의료인의 직업수행 자유를 침해하고 반인권적인 행위라고 주장하며 반대하는 측의 의견이 맞선다. 양측 모두 인권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인권’에 대한 각자의 이해가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환자의 인권과 의료진의 인권은 어떻게 다른가. 아쉽게도, 환자의 인권은 수술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모호하다. 마취상태에서 환자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수술도중에는 오롯이 의료진의 양심과 의술에 의존해야 한다.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환자라는 이름으로 수술대에 누운 순간부터는 의료진의 노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반면 대한의사협회 정성균 대변인의 말을 빌면, 의사가 감시를 받으면서 수술하는 데에 대해서 의사의 직업수행의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있고, 이로 인해서 진료가 위축되면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한다. 난해한 표현도 아닌데, 이해하기 어렵다. 의료기술의 보호라는 직업인의 자세라면 이해가 갈 수도 있다. 각자가 쌓아온 의술은 당연히 보호되어져야 할 부분이다. 의사를 범죄인 취급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역지사지(易地思之)해 보면, 환자의 입장은 어떨까. 의료사고에 대한 분쟁은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환자의 승소는 드물다. 소명할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법의학 전문가들조차 의료사고는 당시 상황을 확인하지 않고서는 규명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수술실 내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사고 발생 시에 환자의 요구에 따라 열람이 가능토록 한다든지, 그 외에도 의료지식의 공유나 의학의 발전을 위해 학계자료로 쓰인다든지 ‘관리의 방법’에 대해서 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축적된 개인의 기술을 공유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지적재산을 지키는 것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CCTV 설치를 두고 득실을 따져보면, 장기적으로는 피드백을 통해서 보완된 기술이 개발될 수도 있고, 한층 진지하게 수술에 임할 수 있으니, 성공률도 높아지게 되어 생명구제의 가능성도 높아지게 될 것이니 말이다.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이 이달 1일부터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고 운영에 들어갔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각 의료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병원 측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말 못하는 짐승들을 다루는 동물병원에서, 과히 경악을 금치 못할 낡은 의료장비를 쓰는 것을 보고 분노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일부 수의사들의 몰지각한 행동이 지탄을 받는 것은, 의료보험도 적용 안 되는 높은 진료비 때문만이 아니다. 고장 난 라디오를 수리하듯, 반려 동물들을 다뤘던 그들의 썩은 양심 때문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CCTV 설치를 두고 국민들의 생명을 겁박(劫迫)해서는 안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촌각을 다투며 수술실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들의 숭고함을 폄훼해서도 안 된다. 생명을 존엄하게 다루는 ‘의사선생님’들은 누가 지켜보건 아니건, 언제든지 최선을 다할 것임에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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