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인 슈바빙, 30일까지 김숙정展
갤러리 인 슈바빙, 30일까지 김숙정展
  • 황인옥
  • 승인 2018.10.21 2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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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행복을 수놓다
배산임수 터·집 주위 메운 십장생
“인생이란 긴 여행길에 행복 있길”
민화의 현대적 재해석 큰 의미
김숙정2013년
김숙정 작 ‘배산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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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집을 구심점으로 뒤로는 산이 좌청룡 우백호로 등지고, 앞으로는 개울물이 흐른다. 모란과 물고기, 거북이와 사슴 등의 십장생들도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전형적인 배산임수로, 명당에 터를 잡고 부귀영화를 염원했던 옛 조상들의 의식을 반영했다. 작품 제목 역시 ‘배산임수’다. 자연에 의미를 부여하는 이러한 경향은 김숙정(사진)의 작품을 관념화 계열로 분류하는 배경이다. “거북이는 장수를, 모란은 부귀영화를 의미해요. 조상들이 십장생에 담았던 기원 그대로에요.”

김숙정의 9번째 개인전으로 지난 19일 개막한 갤러리 인 슈바빙 전시 제목은 ‘오랜여행, 오디세이’. ‘오랜여행’은 작가가 1회부터 9회 개인전까지 일관되게 사용한 제목이다. 작가가 “‘여행’은 ‘인생’을 의미한다”고 했다. “인생은 편도행 열차와 같아요. 태어나면 죽음을 향해 달려가죠. 되돌아 올 수도, 멈출 수도 없어요. 긴 여행이죠.”

집을 중심에 배치하고 모란꽃을 화폭 그득히 피워냈다. 부귀영화가 인간을 에워싼 형국이다. 그것도 모자라 거북이나 사슴, 나비, 소나무 등의 복(福)과 관련된 길상(吉祥)인 십장생까지 더했다. 긴 여행길에 행복과 건강이 가득하기를 염원하는 마음의 표현이다. 이는 작가가 바라보는 궁극적인 대상이 ‘인간’임을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인생에는 행복과 불행이 공존하는데, 저는 불행마저 인생의 일부라고 받아들이며 행복으로 승화하려는 태도를 견지하죠. 제 그림에 행복한 기운을 불으넣으며 치유 받고 나아가 행복해 지죠.”

인간에게 시선을 집중한 것은 작업 초기부터였다. 초기에는 실존주의에 바탕을 둔, 보다 철학적인 개념에 천착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나는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이 가슴 깊숙한 곳으로부터 올라오던, 미래가 불투명하던 대학원 재학 시기의 작업경향이었다. 작가가 “당시는 사람의 뒷모습이나 얼굴 없는 앞모습을 그렸다. 미래에 대한 불투명한 내 현실이 반영됐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작품이 변한 것은 프랑스 유학을 준비하면서다. 90년대 중반이었다. 박사과정 입학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만들면서 ‘유럽인들에게 보여줄 나의 것은 무엇인지’를 고민하면서 한복이나 고무신 등의 전통복식이나 전통공예의 소재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선택은 적중했다.

“프랑스 교수님들이 우리의 전통 소재들에 관심을 보였어요. 철학적인 주제보다 전통적인 작품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어요.”

초기에는 전통의 표상으로 ‘옛 여인들의 규방문화’를 차용했다. 뭇 여인들의 손길이 담긴 규방용품과 영롱하게 오색실로 수놓은 자수품과 조각보를 고서를 캔버스처럼 붙여만든 화폭에 그렸다. 옛 여인들이 자수에 녹여냈던 부귀영화에 대한 염원의 재현이었다. 조각보나 골무, 실패, 복주머니 등의 규방용품에서 집이나 십장생으로 소재를 변화한 것은 2010년 무렵이다. 지난해부터는 집이 자동차나 자전거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녀가 “인생이나 여행에 대한 현대적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전 작업에서 소재나 의미에 집중하면서도 형상은 전통적인 방식에 충실했다면 2010년부터는 보다 현대적으로 드러내고 싶었어요. ‘집’이나 ‘자동차’가 대표적이죠.”

민화의 의미와 소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는 했다는 점에서 이견없는 현대미술이다. 그러나 민화적인 요소는 여전히 강렬하게 남아있다. 오방색 계열을 즐겨 쓰고, 색의 대비를 통한 음양의 조화를 추구한 것 등이 그렇다. 또한 대놓고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관념적인 요소도 민화와 유사하다. 그녀가 “행복한 그림론”을 펼쳤다. 민화적인 요소는 행복한 그림을 위한 방법론이었던 것.

“저는 대중과 호흡하는 작품을 추구해요. 제가 행복한 그림을 그리면서 치유 받고 행복을 얻듯이, 대중도 제 그림을 감상하면서 행복해 지기를 바라죠. 민화적인 요소는 그러한 정신성의 차용이라고 할까요?” 전시는 30일까지. 053-257-1728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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