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시집 ‘ㄱ이 ㄴ에게’ 출간한 김사윤 시인
여섯 번째 시집 ‘ㄱ이 ㄴ에게’ 출간한 김사윤 시인
  • 황인옥
  • 승인 2018.10.3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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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에 묻는다, 소임을 다하고 있냐고…
세상엔 시인도 詩도 넘치지만
자기성찰과 변화 의지·지성
최소한의 덕목도 없는 이 많아
지금은 시인 스스로 각성할 때

시인 김사윤이 대뜸 편치않은 이야기부터 했다. “시(詩)답잖은 시가 넘쳐난다”고.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시인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덕목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다고 했다. “시인이 되겠다는 꿈은 아름다우나 삶에 대한 예의부터 갖춰야 한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었다.

최근 출간한 그의 여섯 번째 시집 ‘ㄱ이 ㄴ에게’는 자격미달 시인을 향한 일종의 외침이자 날선 질문이다. ‘ㄱ’은 문학과 삶을 ‘ㄴ’은 시인 자신을 의미한다.

“작품을 쓰고 검수를 받았으면 하는 시들이 넘쳐나는 세상이에요. 시인 스스로의 각성과 노력이 필요한 때이죠. 그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놓는 것도 시인의 역할이라고 봐요.”

시와 시집이 외면받는 세상이다. 시인은 증가하는데 독자 수는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터넷의 발달로 일반인들의 시 창작 기회가 늘어나고, 이 시들이 다양하게 공유되면서 굳이 시집을 살 이유가 없어진 탓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인이 시인을 믿지 못하는 현상도 시가 외면받는데 한몫했다. 등단 요건이 까다롭지 않은 문예지들이 범람하면서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졌기 때문.

시인 김사윤은 “이곳 저곳에서 문학 수업을 많이 진행하고 있지만, 어설프게 며칠 배운 것으로, 시의 본질을 흐리고, 시인이라는 이름에만 급급한 조급함이 아쉽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미국 당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인 리처드 포드는 문학을 “인간이 새로운 삶을 이끌어 나가게 해주는 효율적인 도구”로 정의했다. 그렇다면 새로운 삶은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까? 문학을 통한 진실한 자기성찰과 확인 그리고 변화에 대한 열망과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이렇듯 문학은 삶의 지침의 새로운 길을 제시해왔다. 김사윤의 6집 발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인들에게 시의 본질과 역할에 대해 반성하고 돌아보자는 목소리를 내고 싶었어요.”

‘울기도 전에 여름 온 줄 알더니/내 숨이 끊어져도 가을 온 줄 모르더라/사람들은 그러하더라’. 이번 시집에서 시인의 취지가 가장 압축적으로 드러난 시는 ‘매미 1’. 시인은 이 시에서 시인이 갖춰야할 기본 덕목을 갖추라고 일침을 가한다. 이처럼 이번 시집에는 시인들의 양심과 지성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데, 얼마나 주효한가를 보여주는데 주력하고 있다.

“지성인들이 현실을 왜곡하고 외면하면 얼마나 비상식의 세상이 오는지 우리는 알고 있어요. 침몰하는 세월호를 지켜보면서도 발만 동동 굴렀던 공분의 시간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시인이라면 몇 천 번이고 곱씹어야 하죠. 그래야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김사윤은 민중시집 ‘나 스스로 무너져’를 대학교 2학년 때 발표한 후 지금까지 여섯 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그의 시는 잔인하고 혹독하리만치 치열하게 인간의 치부를 향하고 있다. 사회를 향한 거친 발언도 거침없이 하고 있다. 그런 반면에 지극히 감성적인 슬픈 작품들도 선보이며 다양한 시 세계를 펼쳐왔다. 그에게 치열한 이유를 묻자 ‘희망’을 언급했다.

“시인은 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지 대답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 질문에는 희망에 대한 염원이 전제되어야겠죠. 저는 시인으로서의 새로운 삶을 위한 역할을 지켜가고 싶습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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