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사랑하는 벗과의 이별
[문화칼럼] 사랑하는 벗과의 이별
  • 승인 2018.10.3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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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수성아트피아 관장
인생의 가장 큰 비극은 우리는 너무 일찍 늙고, 너무 늦게 현명해 진다는 것이다. -벤저민 프랭클린-

나 같은 연령대의 사람에게 너무나 아프게 다가오는 말이다. 이제야 겨우 눈이 떠지려고 하는데, 벌써 내 인생의 그림자는 길게 드리워지고 있다.

앞만 보고 걸을 때가 아니라 뒤도 살펴, 잘 마무리 해가며 살아야 하는 나이다. 그야말로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 할 때 인지라 때로는 마음이 오히려 조급해 지기도 한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과거보다 더 빠르게 흘러가는 이 시간을 정말 귀하게 금(金)처럼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결론! 술을 멀리 하는 것이다.

‘뚝심의 마하티르, 중국에 또 한방’최근 모 일간지 기사 제목이다.

마하티르 모하맛 그는 78세에 말레이시아 총리직에서 은퇴한 후 15년만인 지난 5월 93세의 나이에 선거를 통해 총리에 복귀 했다.

93세 노인이 취임하자마자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사업에 제동을 걸더니 최근 말레이시아로 무단입국한 중국의 소수민족 위구르족 십 여 명의 중국 송환을 단호히 거부하고 그들을 안전지대로 보냈다. ‘그들은 우리에게 나쁜 짓을 한 게 없다’며 이웃한 강대국의 요구에 아랑곳 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서 젊은 결기가 느껴진다.

93세의 나이에 건강히 지낸다는 것과 국가를 경영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마하티르 총리는 그의 건강 비결로 ‘소식, 금주, 금연’을 꼽았다. 또한 ‘자고 싶다던가, 은퇴하고 내세를 준비한다는 말은 내게 이기적으로 들린다’며 늘 정신적으로 깨어있고, 사회 활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 역시 자신의 건강 비결이라고 말했다.

조선시대 왕들의 평균 수명이 46세인데 반해, 조선 후기 중흥기를 이끈 21대왕 영조는 두 배 가까운 83세까지 장수하며 52년간 재위 했다.

영조의 장수 비결 역시 ‘소식과 금주’였다. 보통 다른 왕들이 하루 5번의 수라를 들던 것에 비해 영조는 3번으로 줄였으며 그것도 채식 위주 였다고 전해진다. 또한 각종 제례주도 감주로 대신 할 만큼 술을 멀리 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에게는 그만의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다. 다혈질, 막말 그리고 많은 여성편력. 이쯤 되면 술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따라 나오게 되어있는데 의외로 그는 철저한 금주를 지킨단다.

그는 측근들의 중용에도 음주여부를 중요한 판단의 기준으로 삼으며 이를 대단히 민감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사회적 음주가’와 ‘문제적 음주가’로 구분해 전자는 수용하고, 후자는 주변에 두지 않는단다.

트럼프가 이처럼 술에 있어서 철저한 자기통제를 지키고 있는 것은 가장 좋아했던 형을 알콜의존증으로 떠나보낸 비극적 가족사에 기인한다.

또한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에 대한 완벽한 통제를 위해서 술을 멀리한다고 한다. 스스로 ‘내가 술을 마시면 얼마나 엉망이 될지---아마 세계에서 가장 최악 일 것이다’라는 자조적 농담으로 술에 대 한 경계심을 표현 했다.

이외에도 최근 100세 생일을 맞은 나카소네 전 일본 총리, 아직도 하루에 8시간씩 일하는 뉴욕의 107세 현역 이발사 이야기에서 우리는 건강한 삶의 전형을 볼 수 있다. 이들을 관통하는 적극적 요소는 긍정적 사고와 사회활동, 소극적 요소는 적게 먹거나 먹지 않는 것이다. 특히 ‘금주’가 가장 핵심적 요소 중 하나이다.

나는 술을 너무나 사랑한다. 삶의 모퉁이마다 술로 인해 위로받고 또한 풍요로울 수 있었다. 무미건조, 단색의 현실을 술로 채색했을 때 아름다워 졌음을 부인할 수 없다. 술로 인해서 내 인생이 로맨틱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는 술과 더 이상 친하게 지낼 시간이 없다. 술은 나의 가장 사랑하는 벗 이지만 이제는 그만 이별 할 때다.

음주의 장점과 단점을 비교해 볼 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술로 인해 소비하게 되는 시간이 지금의 나로서는 감당하기 어렵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늘릴 수는 없지만 길게 쓸 수는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술을 멀리 할 수밖에 없다.

시간과 건강 두 가지다 나에게 이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사랑하는 벗 없이 홀로 살아가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과연 술을 멀리 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하지만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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