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움
나다움
  • 승인 2018.10.3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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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 연구소장
검색을 하다가 뉴스에 난 통계를 보니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의 수가 76억을 넘어 80억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런데 신기한 사실은 그 많은 사람 중 누구 하나 똑같은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비슷하게 생긴 사람은 있을지 모르나 똑같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흔히 꼭 닮은 사람을 도플갱어라 한다. 하지만 아무리 닮아본들 어딘가는 다르다. 전혀 구분할 수 없는 쌍둥이도 부모는 알아본다고 하지 않던가? 어딘가 한 구석은 다르기 마련이다. 나도 닮은 사람이 많아서 간혹, 아주 간혹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몇 해 전의 일이다. 늦은 시간, 식당에 들어갔는데 취기에 오른 남녀 한 쌍이 한참을 망설이다가 내게로 와서 사인을 해달라고 한 적이 있다. 그들이 오해한 그 사람이 절대 아니라고 해도 취기에 오른 두 사람은 막무가내로 “에이 그러지 말고 사인 한 장 해줘요. TV에서 많이 봤어요. 고명환씨 맞잖아요.”한다. 순간 나와 함께 있던 일행은 모두 박장대소를 했다. “맞다. 맞아” “맞네? 하하하”그들은 웃고 있었지만 나는 “아~ 또 고명환”이란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런데 내가 생각해도 개그맨 고명환을 닮긴 닮았다. 그건 인정.

사실 고백하자면 나는 닮은 사람이 더 있다. 그의 단짝이었던 개그맨이자 드라마와 라디오 디제이로 활동 중인 문천식도 많이 닮았다. 그리고 스포츠 분야로도 닮은 사람이 있는데 농구스타 문경은을 많이 닮았다고 한다. 또 다른 스포츠 스타로는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었던 골키퍼 이운재 선수다. 요즘에는 병무청으로 강의를 자주 가다 보니 젊은 친구들은 나를 무술감독이자 배우인 정두홍을 많이 닮았다고 한다. 여하튼 나는 닮은 사람이 참 많다. 그래도 제일 많이 닮은 사람이 한명 있으니 그는 바로 울 아버지다.

아무리 닮아 본들, 그래도 그냥 닮은 것이지 똑같지는 않다. 외모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고, 삶도 다르다. 나처럼 사는 건, 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비교만큼 무의미한 것은 없는 것 같다. 내가 다르고, 그가 다르며, 죽었다 깨어나지 않는 이상 그가 내가 될 수 없고 내가 그가 될 수 없는데 비교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누가 그랬다. 비교를 하게 되면 (비)참해지거나, (교)만해지거나 둘 중 하나라고. 맞는 말이다. 비교는 저울질이다. 그래서 무게에 따라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 비교의 대상을 위쪽으로 두게 되면 자신의 삶이 초라해 보여서 비참해질 것이고, 비교 대상을 아래에 두게 되면 괜히 우쭐해져 교만해질 것이다. 그러면 함께 웃을 수 없고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게 된다. 마치 도박에서처럼 상대방의 돈을 딴 누군가는 웃고, 돈을 잃은 누군가는 우는 꼴이다. 그래서 비교는 모두가 함께 즐거운‘놀음’이 아니라 돈을 딴 사람만 즐거운‘노름’과 같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목적을 ‘행복하기 위해서’라고 얘기한다. 우리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배우고, 일을 하고 사랑을 하여 가정을 이룬다. 모두 행복하기 위해서 열심히 살아간다. 그런데 최종 골인 지점인 행복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골인지점으로 가기 위한 과정은 생략되어 있다. 행복에 이르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나다움’이 바로 행복에 이르는 열쇠라고 생각한다. 내가 나답게 산다는 것은 정말 생각만 해도 행복해진다. 새가 새답게 하늘을 훨훨 날고, 고래가 고래답게 바다 속을 유유히 멋지게 헤엄치는 모습.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모습이다.

수천, 수 만 년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 수천 수 만 년 후에도 없을 유일무이한 존재가 바로 나란 존재다. 우리 모두는 자신을 사랑하고 나를 나답게 해주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내게 맞는 색을 찾고 내게 가장 편안한 숨을 쉬고, 내게 가장 어울리는 삶을 살아야 한다.

‘나다움’은 선택이 아니라 신께 받은 소명(召命)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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