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처벌은 양심의 자유 과도한 제한·본질적 내용 위협”
“형사처벌은 양심의 자유 과도한 제한·본질적 내용 위협”
  • 강나리
  • 승인 2018.11.0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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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대법원 14년만에 판례 변경
대법관 ‘9 무죄’ 대 ‘4 유죄’ 의견
“민주주의는 소수자에 관용 필요
양심이 깊고 진실한지 심사해야”
일부 “정교분리원칙 위배로 위험”

 

종교나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 거부’가 정당한 병역 거부 사유에 해당한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가 14년 만에 유죄에서 무죄로 바뀌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A(34)씨의 상고심에서 대법관 9(무죄) 대 4(유죄) 의견으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창원지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대법관 다수 의견으로 양심적 병역 거부를 병역 거부의 정당한 사유로 보지 않고 형사처벌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형사처벌 등 제재를 감수하지 않는 이상 내면적 양심을 포기하거나 자신의 인격적 존재 가치를 파멸시켜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자유민주주의는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도 인정해야만 그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양심적 병역 거부를 주장할 경우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지 심사해야 한다”며 “가정 환경과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 경험 등 전반적 삶의 모습도 아울러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양심적 병역 거부를 처벌했던 판례가 변경돼야 한다”며 “양심적 병역 거부와 같은 최소한의 소극적 부작위조차 허용하지 않는다면 헌법이 양심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건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수 의견에 대해 박상옥 대법관 등 4명은 반대의견을 제시했고, 이동원 대법관은 별개 의견을 내놨다.

김소영·조희대·박상옥·이기택 대법관 등은 “기존 법리를 변경해야 할 명백한 규범적, 현실적 변화가 없음에도 무죄를 선고하는 것은 혼란을 초래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특히 김소영·이기택 대법관은 “대체복무제 도입으로 해결해야 할 국가 정책의 문제”라며 “이 사건은 헌재 결정으로 사실상 위헌성을 띠게 된 현행 병역법을 적용해 서둘러 판단할 것이 아니라 대체복무제에 대한 국회입법을 기다리는 것이 마땅하다”며 다수의견을 반박했다.

조희대·박상옥 대법관도 “(다수의견) 심사판단 기준으로 고집하면 여호와 증인신도와 같은 특정 종교에 특혜가 될 수 있다”며 “이는 양심 자유의 한계를 벗어나고 정교분리원칙에도 위배돼 중대한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동원 대법관은 국가 안전보장에 우려가 없는 상황을 전제로 진정한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경우에 정당한 사유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파기환송 의견을 제시했다.

강도 높은 반대의견 비판에도 불구하고 김명수 대법원장 등 다수인 9명의 대법관이 낸 무죄의견이 최종결론이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종교·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관련 소송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종교·양심적 병역 거부 사건 227건 모두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A씨는 지난 2013년 7월 육군 현역병으로 입영하라는 통지서를 받고도 입영일인 2013년 9월 24일부터 3일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강나리기자 nnal2@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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