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인데 움직이네?…감쪽같이 착시화
평면인데 움직이네?…감쪽같이 착시화
  • 황인옥
  • 승인 2018.11.0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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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까지 갤러리 전 홍성용展
수십장 사진·드로잉 재료 겹쳐
3차원 입체 효과 생동감 살려
우주 은하계 등 존재의 근원
거리두기로 실존·허상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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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용 초대전이 갤러리 전에서 24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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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용 작 ‘Noise’ 연작. 갤러리 전 제공

전원 연결 여부부터 물었다. 흡사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구현한 3D 영상 작품 같았기 때문. 작가가 “노이즈를 처리한 수십여 장의 뉴미디어를 중첩해 만들었다”고 했다. 디지털이 아닌 순수 아날로그 작품이라는 것. 가장 큰 특징은 도드라진 입체와 움직임이다. 평면인데 블랙홀이나 은하의 물결 같은 형상이 3차원으로 소용돌이친다. 하지만 만져보면 분명 평면. 작가 홍성용이 “착시효과”라고 했다. “수십장의 뉴미디어와 드로잉을 재료와 거리 조절을 통해 형상과 착시효과로 연결했어요.”

작업은 노이즈를 처리한 뉴미디어를 원재료로 한다. 여기에 형상을 굴절되게 표현하는 특수재료 렌티큘러를 활용해 3차원 착시효과로 완성한다. 블랙홀 같은 형상은 암흑 상태에서 노이즈를 촬영하고 그 위에 터치를 가한 뉴미디어와 드로잉으로 표현한 노이즈 수십장을 치밀한 계산에 의해 배치된 결과다. 암흑에서 얻은 뉴미디어는 눈을 감았을 때 암흑 속에서 순간적으로 드러나는 색이나 형상을, 노이즈는 인간의 의식과 기억 사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 사이의 실존하는 존재에서 각각 모티브를 얻었다.

“현실과 단절된 어둠 속의 이미지는 인간이 시력을 갖기 이전과 죽음을 앞두고 두 눈을 감았을 때 마지막으로 보게 되는 이미지죠. 인간이 돌아갈 종착지이자 출발지죠.”

갤러리 전에서 최근 시작된 홍성용 초대전에는 작가의 작업 경향 전반을 아우르는 ‘저편에(Beyond)’, ‘발견하다(Heuristic)’, ‘잡음(Noise)’ 등 세 가지 주제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작품 ‘Beyond’는 최근의 변화를 반영한 작품이다. 블랙홀이나 은하 물결과 흡사한 추상적인 형상에서 인간의 얼굴이나 손과 발 등의 신체로 변화했다. “지금까지는 광활한 우주, 심연의 바다, 존재의 근원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신작에서는 창조자와 아담의 존재를 드러냈어요.”

3차원 작업 이전에는 ‘멍 때리는 행위’를 모티브로 한 작품을 했다. 무의식으로 연결되는 통로로서 멍때리기를 바라본 것. 이후 노이즈를 근원에 대한 발견과 깨달음의 매개로 차용하고 그리고 암흑을 통해 어둠에 대한 실체를 파헤쳤다.

그에게서 스토리 본능을 발견했다. 그는 작품마다 스토리를 심어왔다. 내용은 우주와 참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에 대한 것. “제 안에서는 이미 완결편까지 스토리가 나와 있어요. 시간을 가지고 그 스토리들을 미학적으로 구현할 예정입니다.”

76년생이라고 했다. 지금도 외적인 것보다 내적 사색에 몰입하기에 젊은 나이지만 그는 어린시절부터 조숙했다. 일찍부터 존재의 근원과 깨달음을 화두로 삼았다. 어린시절의 말더듬 습관이 한창 친구들과의 어울림을 방해했고, 그것이 자신만의 세계로 이끌었다.

“어린시절 눈을 감았을 때 순간적으로 보이는 형상을 보고 사색에 빠졌어요. 그 나이의 친구들보다 조숙했죠. 내성적인 성격이 오히려 사색으로 이끌었다고 할까요?”

작가가 3차원 입체같은 착시효과의 작품을 감상하는데는 팁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가 첫 번째 팁으로 ‘지긋이 바라보기’를 주문했다. “수십장의 뉴미디어를 조합해 완성한 형상을 만들고, 착시효과로 입체와 운동성까지 드러난다. 이런 작품은 1분 정도 지긋이 봐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것. 두 번째 감상팁은 ‘거리’다. 작가가 작품에서 충분한 거리로 떨어져 보라고 했다. “일정 거리를 두고 봐야 꿈틀대는 광활한 우주가 보이죠. 그래야 내면화까지 다다를 수 있어요.”

착시효과로 얻은 3차원은 홍성용이 오리지널리티(독창성)를 가진다. 세계 어디에도 이런 류의 작품을 발표한 작가는 없었다. 이 때문에 그의 작품은 해외에서 상종가를 치고 있다. 세계 곳곳 유명 인사들이 앞다투어 그의 작품을 구매하고 있다. 그는 해외에서 먼저 유명세를 타고 국내로 들어온 케이스다. “사진작가 구본창 교수님이 제 스승이에요. 처음에 이 작품을 교수님께 보여드렸더니 ‘괜찮다’며 응원해 주졌어요. 의외로 해외에서 먼저 반응을 받았어요.”

이번 전시에는 대구를 주제로한 작품도 선보인다. 섬유도시 대구를 형상화했다. 실타래 같은 형상이 꿈틀대는 생명력으로 요동치는 형상이다. 다양한 스토리를 담아놓은 그의 전시는 24일까지. 053-791-2131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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